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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카라마조프’ 박진감 넘치는 법정 추리극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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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사진=PRM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법정추리극으로 재탄생해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막이 오르면서부터 혐의를 안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추리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혐의를 안고 인물은 다섯 명. 그러나 극이 끝나기 전까지 진범을 찾을 수 없다.

‘카라마조프’는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 내용 중 소도시 지주 집안 카라마조프가에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흥미요소와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방대한 소설임에도 뮤지컬은 아버지 ‘표도르’ 중심 서사로 구성하면서 더 명확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완성됐다.

작품에서는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를 죽이고 싶어 한 맏아들 드미트리의 재판을 중심축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드리트리뿐만 아니라 그를 변호하는 둘째 아들 이반과 착한 막내 아들 알렉세이, 사생아 스메르, 연인 그루샤까지 용의자다. 모두가 공범이자 진범처럼 느껴지지만 쉽사리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 묘미다. 팽팽한 긴장감은 마지막 범인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신선한 반전으로 다가온다.

주제의식도 선명해 가슴을 울린다. 영원한 안식일 것만 같았던 한 인간의 죽음 이후에는 더 많은 분란이 야기된다. 그 중심축에는 ‘사랑’과 ‘돈’이 있다. 4각 관계에 빠진 인물들을 통해 부각되는 사랑과 돈은 현대에서 가장 유의미한 관심사다. 당연히 공감 요소도 짙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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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사진=PRM제공)


긴장감 넘치는 극 전개도 눈여겨 볼 만하다. 러시아 민속풍 선율과 조명을 이용해 마음을 졸이는 연출에 초점을 맞춰 극의 속도감을 높인다. 특히 장면전환 시 의도적으로 암전을 없애 몰입감을 높이는 한편, 조명을 활용해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 짓는다. 표도르에게 사용된 창백한 조명은 육체의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파멸을 몰고 온 타락한 인간내면의 죽음이기도 하다. 그의 음성은 가까운 인물들에겐 결코 들리지 않고 주변부만 맴돈다. 가족과 일방형 소통을 해오던 그에겐 적절한 징벌이다. 불통을 상징하는 조명이 그를 더욱 창백하게 비추며 극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특히 그루샤 역을 연기한 배우 김히어라의 열연이 돋보인다. 출연 분량은 적지만 수동적인 남성 배역보다 더 능동적인 역할을 해내며 극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다만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장면 대부분이 대사로 이뤄진 점은 아쉽다. 음악과 안무의 즐거움이 적어 넘버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뮤지컬보다는 서사가 꽉 찬 한 편의 연극처럼 여겨진다. 화려하기보단 진중함을 앞세운 이 작품의 매력인 동시에 단점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

뮤지컬 ‘카라마조프’는 오는 14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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