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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외면했던 질문에 답할 때…'너는 너로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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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너는 너로 살고 있니' 책표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하루를 지나고, 일주일을 살고. 그렇게 한달을 거치고 어느덧 1년을 살아낸 시점이 됐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내가 온전한 나로 살았던 날은 며칠이나 될까 싶다. 어디의 누구, 소속된 일원으로 살아가고 누구의 자식, 누구의 부모로 살아가는 날들이 태반이다. 그 뿐인가.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원하는지 눈여겨보는 때도 많지 않다. 그렇기에 내가, 나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종종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작가 김숨은 편지 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를 통해 이같은 질문을 던진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까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는 살아있지만 죽은 ‘나’와 죽은 듯 살아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560여 매 가량의 편지 형식에 담았다.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 없는 무명의 배우 ‘나’는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생면부지의 한 여자를 간호하기 위해 돌연 삶을 정리한 채 난생처음 경주로 내려간다. 식물인간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이름은 경희로 사고 전에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왔다. 나는 친자매보다 더 그녀와 닮아 보인다는 타인의 말을 들을 정도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그녀는 무의식적인 반사 반응으로 눈을 깜박인다거나 눈물을 흘리고 분절음들을 뱉어낸다. 살아 움직이지만 죽은 것 같은 ‘나’는 죽어 있는 듯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살아 있는 그녀를 보살피며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간다.

마음이 죽은 자와 육신이 죽은 자가 교감하는 이야기들은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 관한 은유로서 한 편의 산문시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9개의 장으로 나뉘어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육체와 정신, 여성성의 문제들을 짚어 나간다. 줄곧 ‘여자 5’ 정도의 배역으로 살았던 ‘나’가 어떤 지점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낼 용기를 얻었을까.

작가는 ‘너는 너로 살고 있니’를 통해 어디선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거나 상실되어 존재를 몰랐던 세상의 모든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책에는 소설이 구현한 상상력을 표현한 임수진의 목판화 24점이 함께 수록돼 소설의 예술성을 더한다. 김숨 지음 |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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