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View] ‘기억의 밤’ 장항준 “아내 김은희 작가 대견, 자식같은 기분”
이미지중앙

장항준감독(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드라마 감독, 작가, 배우, 예능인. 어떤 타이틀이 붙어도 어색함 없이 제 역할을 해 온 장항준 감독이 오랜만에 고향인 충무로로 돌아왔다.

그 사이 드라마 각본과 연출을 하고 MBC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도 출연하며 쉴 틈 없이 일하긴 했지만 영화감독으론 ‘음란한 사회’ 이후 9년 만이다. 장항준 감독의 농축된 결과물인 ‘기억의 밤’은 형제가 그들의 기억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연말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사촌형이 집은 나갔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다른 사람처럼 서먹하고 이상해졌다고 하더라. 그게 친형제의 이야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우리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에게 가족이 없다. 가족이 결핍된 두 남자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할지가 중요했다. 내 평소 지론은 모든 사람은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두 형제를 통해 우린 직접적이든 간접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풀어냈다”

이미지중앙
데뷔작이 코미디였고 대중들에게도 예능인보다 웃긴 감독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복귀작이 스릴러일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드라마 ‘싸인’을 통해 맛을 보긴 했지만 영화로는 첫 도전이다. ‘기억의 밤’은 스릴러라는 큰 틀 안에 공포, 드라마 등 여러 장르가 섞여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두 형제의 집의 2층 작은방은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작은방의 정체가 중요했다. 관객의 시선을 가져와야 하니까. 맥거핀 효과인데 기존의 맥거핀과는 다르다. 진석의 트라우마 공간이니 그만큼 공포스러울거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장치였는데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다. VIP시사회 때 뒤에 앉은 분이 너무 놀라서 봤더니 전도연이었다.(웃음) 요즘 관객들은 쉴 틈을 주면 추리를 해버린다. 생각 없이 몰아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중반까진 호흡이 빠르다”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항준 감독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어낸 것은 배우 강하늘, 김무열이다. 형제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색으로 영화를 채운다. 장항준 감독이 원했던 100% 조합이었다.

“강하늘처럼 깊게 연기하는 20대 배우는 드물다. 얼굴에 막내 같은 느낌도 있고 3수생도 잘 어울렸다. 김무열은 ‘은교’의 이미지가 필요했고 뒤쪽에 감춰진 그늘 같은 게 있다. 연기를 잘하는 분들과 일을 하니 너무 좋더라. 편하고 너무 착해서 서로 질투도 없다. 관계에 신경 안 쓰고 집중할 수 있었다”

이미지중앙
■ “잊혀지지 않는 기억? 부모님의 웃는 표정”

‘기억의 밤’ 속에서 기억은 극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다. 장항준 감독은 절대 잊혀지지 않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묻자 유년시절 가족에 대해 털어놨다. 장항준 감독의 기억과는 결이 다르긴 하나 결국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기억의 밤’과 통하는 부분이다.

“난 최고의 유년시절을 보냈다. 부모님에게 정말 사랑받으면서 살았다. 어린 시절에 집이 잘 살았는데 내가 썰매를 타고 싶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목공소에서 직접 주문제작해서 만들어주셨다. 내가 공부를 못했는데 그걸 가지고 한 번도 뭐라고 하신 적이 없었다. 항상 ‘넌 예쁘다’ ‘귀엽다’고 해줬다. 아직도 부모님이 날 보고 활짝 웃는 표정이 기억난다. 안 좋은 일이 있다가도 부모님을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내 아이한테도 그렇게 해주려고 한다. 사랑 받은 게 습관이 됐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낸 장항준 감독은 ‘싸인’ ‘시그널’을 통해 이젠 자신보다 더 유명해진 아내 김은희 작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 대견하고 뿌듯하다. 내 부사수였고 저한테 배웠으니까 진짜 뿌듯하다. 상 받을 때도 울었다. 내 자식이 상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힘들었던 시절을 같이 보내고 이런 날이 오는구나 생각했다”

두 사람의 합작품인 ‘싸인’을 비롯해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끝까지 간다’ 등 각본가로도 활약했다. 하지만 장항준 감독은 드라마와 각본보단 이제 영화감독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글 쓰는 건 고통스럽다. 100명에게 물어보면 다 그렇게 답할 것이다. 활자는 무생물인데 연출은 그 무생물이 생명이 되는 과정을 본다. 배우를 캐스팅하고 어떤 표정을 짓고 행동할지. 사람들의 생명체를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익사이팅하다”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