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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박병은 "내년 목표? 없어요" 마성의 마상구로 얻은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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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은(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낚시만큼 설레고 행복했던 작품이었어요” 이 한 마디로 ‘낚시광’ 배우 박병은이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다.

차분한 모습으로 마주한 박병은은 아직도 촬영 현장에 있는 듯 생각나는 장면과 대사를 줄줄 읊었다. 아직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박병은이 드라마에 대한 기억을 꺼낼 때마다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았구나’라는 기운이 분명히 느껴졌다.

“작품 들어가면서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왔어요. 대본 리딩 하면 어느 정도 느낌이 오거든요. 첫 리딩할 때 떨리면서도 배우와 캐릭터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어요. 캐릭터들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현장에서도 큰 소리 하나 없이 즐거웠어요. 마치 친한 사람들끼리 졸업 작품 하는 것처럼요. 그 분위기가 드라마에 드러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배우들과 친밀도가 높으세요. 또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고 장면과 요소를 적재적소에 집어넣는 걸 보고 연출 정말 잘 하신다고 생각했죠”

오죽하면 자신의 작품을 잘 모니터하지 못하는 성향임에도 이번 작품은 가능한 모두 본방사수를 했을까.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는 발걸음은 기뻤고, 2시간 밖에 못 자고 일어나야 한다 해도 즐거웠다. 다들 서로 대사를 어떻게 받아칠지 고민했고 짜증 한 번 없었다. 감독은 필요한 신만 콕콕 집어 주문하니 에너지를 낭비할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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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은은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유려한 말솜씨와 타고난 센스를 지닌 CEO 마상구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허세 가득한 발언들에 부풀려진 캐릭터인가 싶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뜻밖에 튀어나오는 유머감각과 눈물을 자주 흘리는 순둥이 같은 매력, 이솜(우수지)을 향한 순애보적인 사랑 등을 내보이며 그야말로 ‘마성의 마상구’가 됐다.

“마상구가 왜 허당일까 생각해보니 겉으로는 연애 고수인척 해도 속으로는 순진한 순정파였어요. 수지와 복남이가 어깨동무를 한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원래는 지문에 없었어요. 그런데 눈물이 또르르 나는 거예요. 다음 신 준비하면서 생각했죠. ‘왜 눈물이 났을까’. 그만큼 인물에 빠져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후 장면부터는 이 감정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박병은은 이런 반전을 마상구의 매력으로 꼽았다.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에 오른 대표이면서도 갑질하지 않는 친화력, 수지 앞에서 ‘연애는 하고 싶지만 회사를 팔지는 못하겠다’면서 징징거린 것 모두 시청자들이 마상구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요소다. “넌 날카로워서 힘든데 나라도 찔려서 무뎌진다면 행복하다”는 절절한 고백은 마상구의 포용력까지 보여줬다. 박병은은 “남자가 봐도 멋있는 대사였다”고 곱씹는다.

“수지 어머니에게 문자가 온 걸 남자라고 착각해 수지의 집으로 달려간 신이 가장 좋아요. 어머니 역할을 하신 분이 너무 현실감 있게 연기하시고 수지와 어머니가 묘하게 닮은 면도 있어서 그런지, 촬영 전 ‘분노만 생각하고 가자, 연민을 생각하면 안 돼’ 생각을 해야 했어요. 막상 촬영 들어가서 두 사람이 걸어가는 걸 보는데 순간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 들었어요. 나도 모르는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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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생은 처음이라’가 변화시킨 가치관
마상구와 닮은 점을 묻자 박병은은 “원하는 거나 말하는 것이 있으면 돌리지 않고 바로 말하는 것, 그리고 유머감각?”이라고 말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다들 웃음이 터졌다. 무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하는데 웃긴 게 박병은의 매력이다. 그는 자신이 찾은 지방의 맛집을 두고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나만 알고 싶어서 안 알려준다”며 새침하게(?) 말하기도 했다.

가만히 있으면 약간 차가운 인상의 박병은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마상구처럼 사려 깊고 재치 있다. 현장에서 애드리브 또한 박병은과 마상구가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었기에 나온 건 아닐까.

“이번 캐릭터가 쾌활하고 코믹하고 명랑해서 그런지, 애드리브들이 현장에서 떠올랐어요. 지금껏 찍은 작품 통틀어서 애드리브가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취한 남세희(이민기)를 집에 데려다줄 때 ‘오징어냐’고 한 것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너무 흐물거리잖아요. (웃음) 낙엽을 흩뿌리며 ‘낙엽이 우수수수 떨어집니다’라며 노래를 한 것도 애드리브였어요.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슛 들어가서 한 거라 안 웃기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다들 웃음을 참고 있어서 뿌듯했어요”

캐릭터, 작품에 온전히 몰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병은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의 머릿속은 온통 ‘연기’로 가득 차 있다는 게 느껴졌다. 물론 낚시와 맛집 이야기가 나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지만, 연기에 대해 묻는 순간에는 거침없이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깨달은 생각들을 꺼내 놨다.

“내년 목표요? 없어요. 배우로서 뭘 하겠다는 목표는 세우지 않아요. 지금 들어온 작품을 잘 하려고 하죠. 20, 30대 때보다 연기하는 게 더 재미있어졌어요. 빨리 다른 작품 하고 싶어서 설레고요. 젊었을 때는 예민해서 내 자신에게 혹독하게 했거든요. 날이 서 있었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가득했죠.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고, 특히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현장에서 날 괴롭히지 않고 이렇게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거구나’ 느꼈어요. 명랑한 캐릭터여서 그런 게 아니라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변한 거예요. 시야가 넓어진 거죠. 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느냐도 생각하게 됐어요. 연차가 쌓일수록 후배나 스태프를 비롯한 현장 모든 것에 감각을 열어놔야겠구나 싶고요. 계속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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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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