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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죄 is] ①인공임신중절 금지, 낙태율 감소와 상관있을까?

  • 기사입력 2017-11-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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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이를 죄로 치부하는 것이 능사일까. 최근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청와대까지 움직였을 정도로 논쟁은 뜨거웠다. 낙태죄 유지 측은 생명 존중을, 폐지 측은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든다. 양측의 입장엔 나름의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의 주체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낙태를 경험한 한 여성의 말이 떠오른다. “그 어떤 여성도 낙태를 기뻐서 하는 이는 없다”고. 우리는 이 여성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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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여성민우회,혜영)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낙태죄, 아마 인류가 존재하는 한 결코 끝나지 않을 논쟁이다. 하지만 낙태를 죄로 묻느냐의 문제는 여성의 생활권과 더 밀접한 것만은 분명하다. 임신을 하는 것도, 처벌을 받는 대상도 여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게재됐다. 본 청원에는 한 달 만에 23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참석 인원이 20만 명이 넘을 시 청와대는 별도의 답변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지난 2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해당 사안에 대해 “낙태죄 찬반 입장이 팽팽하지만 한쪽 입장만을 수용해선 안 된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가치를 모두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여성의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새로운 답변을 내놨다.

한국은 낙태를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한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엄격하다. 여성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때, 강간 및 근친상간을 당했을 때, 태아에게 심각한 질환이 있을 때만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된다. 이를 제외한 수술 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의료진은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는다. 하지만 처벌의 두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낙태를 감행한다. 관련 종사자들은 연 17만~35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낙태 금지, 낙태율 감소와 상관없어

낙태 금지가 낙태율 감소로 직결된다? 이 논리가 맞는 것일까.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임신중절수술이 2005년 34만2000여건에서 2010년 16만9000여건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그러나 현직 의료인들의 말은 다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올해 초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국내외 현황과 법적 처벌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3000 건 이상의 낙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국이 조사한 수치보다 약 3배가량이 높다.

외국의 사례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여성민우회 홍연지 활동가는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도 낙태율이 감소하지 않고 활발히 이뤄졌다. 반대로 낙태를 허용한 나라에서의 낙태율이 증가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낙태 금지 여부가 낙태율과 직결되는 게 아니라는 증거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와 연세대학교에서 발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태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인공임신중절의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법적으로 허용이 되고 허용근거가 폭넓은 국가일수록 인공임신중절이 안전하고 그 반대의 경우 불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1997년 이후 스위스, 포르투갈, 대만 등 17개 국가의 허용사례를 들었다.

낙태의 허용근거가 폭넓은 네덜란드는 낙태율이 인구 1000명당 8.5명(2013년)으로 굉장히 낮은 편이다. 또 네덜란드와 비슷한 미국의 경우에도 15.9명(2013년), 프랑스 14.5명(2012년) 등으로 나타났다. 허용근거가 엄격한 한국보다 낙태율이 현저히 낮았다.

■건강권 위협 받는 여성들, 먹는 낙태약 ‘미프진’ 암거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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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프진 구매처 사이트 캡처)


낙태가 불법이다 보니 여성들이 불가피하게 고안하는 것이 바로 낙태 유도약이다. 인터넷에 ‘미프진’ 혹은 ‘낙태약’을 검색하니 손쉽게 거래처를 찾을 수 있었다. 미프진은 1980년대 프랑스에서 개발된 낙태약이다. 자궁 내 착상된 수정란을 자궁과 분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을 수축해 분리된 수정란을 자궁 밖으로 밀어내는 미소프로스톨이 함유된 제품이다. 국내에선 미페프리스톤의 유통 및 도입이 불법이다.

유통이 금지된 만큼 당연히 미프진 구입도 불법이다. 하지만 구매 사이트를 찾는 것은 손쉬웠다. 해당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의 문의도 수두룩했다. 이처럼 불법으로 거래되는 미프진은 1회분이 30만~60만원 대로 고가에 거래된다.

구매처들은 병원과 약국의 이름을 내걸고 마치 허가 받은 양 사이트를 운영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불법이다. 약사법상 온라인에서 일반·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

미프진의 안정성에 대해선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 의약품 목록에 명시한 바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승인했다. 안정성이 보장된 약품은 맞다. 하지만 인터넷 불법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정품이라는 보장이 없다. 또한 정품이라 하더라도 미프진은 약물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해 의사의 안전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미프진 등 인공임신중절 유도제의 도입 허용에 대해 오남용 위험과 심각한 부작용을 언급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보였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 생명권 모두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프진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미프진은 외국에서도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 후 사용이 가능하다. 복용 시 구토, 현기증, 심한 복통과 하혈, 불완전 유산으로 인한 후유증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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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여성민우회, 혜영)



■“태아 생명권”vs“여성의 자기결정권” 진부한 이분법 논쟁, 주체들은 어디에

낙태죄만 언급되면 첨예하게 나뉘는 두 가지 논쟁이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 존중권의 대립이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한국여성민우회 측은 “생명을 경시해서 낙태를 하자는 게 아니다. 전제부터가 잘못돼 있다. 여성들이 부딪히는 현실을 좀 더 들어봐야 한다. 임신중절의 문제를 사회 고통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정말 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고 있다. 행복 추구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쪽으로 향하는 거라는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낙태반대운동연합에서는 “인간 생명을 소중히 보호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책임이다. 성관계라는 원인은 선택하면서 결과인 임신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방식이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중요한 건 낙태죄로 생활권을 위협받고 있는 여성들이다. 결국 낙태죄 폐지 찬반 여부는 반복되는 의견 싸움일 뿐이다. 둘의 논리가 모두 타당하니 한쪽이 포기하지 않는 한 끝날 수 없다.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태아의 생명권도 모두 중요한 가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펼칠 때 낙태를 당면한 여성들은 생활권은? 때론 논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여성이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고 논의 될 때 진짜 해답이 나온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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