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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반과 MD] ①USB·에세이·아날로그까지...진화와 적응 그 사이에서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이제 와서 지드래곤의 USB 앨범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면 철 지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슈의 종결이 아니라 변혁의 시작이었다. 갑론을박 속 점차 커지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하고 꿈틀거리는 음악시장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여름, 지드래곤은 미니앨범 ‘권지용’을 USB 형태로 발매했다. CD처럼 매체 안에 음원파일이 들어있는 게 아니라 부여된 주소를 타고 들어가 음원을 듣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논쟁을 벌였다. 직접적으로 음원을 취할 수 없는 형식을 갖춘 새로운 형태인 이것을 과연 음반으로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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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USB 앨범, 루시드폴 에세이 앨범(사진=각 소속사 제공)



■ 찬반의 문제가 아닌, ‘적응’의 단계

모두가 그랬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당시 여론은 확실히 나뉘었다. 팬을 비롯한 대중 사이에서 ‘음반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상에 주목했다.

이런 양상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 문화산업이 과도기를 지나 발전하는 과정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새로운 문화나 제도가 우리의 세상에 들어올 때 대중은 낯선 침입에 놀란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선택권은 없다. 세상은 막힘없이 흐른다. 대중은 빠르게 소용돌이치는 회오리에 자신도 모르게 휘말려 전환되는 세태에 몸을 맡기게 된다.

갑자기 어두운 공간에 들어갔을 때 눈이 순응할 때까지 기다려야 시야가 트이듯 ‘적응’이 필요한 셈이다. ‘링크만 담긴 USB 앨범을 음반으로 볼 것이냐 보지 않을 것이냐’는 표면적인 사안일 뿐이다.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보면 사실상 ‘변화에 적응 했냐, 적응하지 못 했냐’와 같은 적응 기간의 문제다.

세상이 갑자기 바뀌는 일은 없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실제로 LP와 테이프를 파는 레코드숍은 하나 둘씩 사라지며 우리에게 변화의 언질을 줬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직 CD의 형태는 남아있지만 CD플레이어는 사용하는 이가 드물다. 그 경계에 서 있는 우리는 당연하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행위 자체가 이미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어떤 냄새를 반복적으로 맡았을 때 감각이 무뎌져 익숙해지는 것과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이 결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능동적으로 문화를 바꾸고 향유해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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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천다이즈페어와 함께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사진=이소희 기자)



■ 우리도 모르게 도달하는 새로운 세계

대중은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찾는다. 휴대전화에 꽃아 음악을 듣는 형태의 키노앨범의 등장이 그 예다. 지드래곤 이전에 루시드폴도 이미 4년 전 USB 형태의 앨범을 발매했다. 현재 루시드폴은 에세이와 영상, 음악이 모였을 때 비로소 하나가 되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앨범 ‘누군가를 위한,’에 이어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에세이 책과 함께 발매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만 해도 CD는 꿈의 매체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CD가 애물단지처럼 느껴졌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형식은 인정하지만 형태 면에 있어서 언제까지 큰 메리트가 있을까 하고요. 2017년을 살고 있는 대중 음악가라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음반은 뭘까? 앞으로 음악시장은 어떻게 될까? 손에 들고 쥘 수 있는 음반이라는 게 의미가 있는 걸까? 음악은 사는 걸까, 공유하는 걸까? 하는 것들이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음악이란 것 자체가 형태가 없죠. 어떤 물성을 가진 음반이 나왔다가 사라져가고 그런 흐름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LP판이나 테이프 등 과거의 음반형태 역시 새로운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생산되는 LP판과 테이프는 청취 방법이 이전과 다르다. 물론 장비가 있는 이들은 기기를 사용해 노래를 듣겠지만 요즘에는 아예 QR코드 등 음원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접근법을 제시한다. 앨범의 형태만 본다면 아날로그 시대로의 회귀지만 형식을 따지자면 서로 다른 시대의 것들이 결합된,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과연 우리가 지금 향유하고 있는 음악시장이 아무런 진폭 없이 조용히 도달한 지점일까? LP의 세대는, 테이프의 세대는, 더 나아가 CD의 세대는 어느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도기는 항상 존재했으며 변화는 서서히 그렇지만 빠르게 찾아왔다. 우리가 음반의 형태를 고민하는 동안 이미 페이지는 넘어가고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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