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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범죄도시’ 김성규, 운 좋은 배우?…기회 잡은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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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기적 같은 일인 건 알지만 전 얼떨떨해요”

김성규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3위를 차지한 ‘범죄도시’의 장첸파 행동대장 양태는 기억할 것이다. 앳된 외모지만 극악무도한 행동을 하며 소름끼치는 눈빛을 발산했던 영화 속 양태와 김성규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영화를 보기 전엔 호불호가 갈리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VIP시사회에서 보는데 어느 순간부터 몰입해서 보게 돼 이런 영화는 오랜만에 본다고 생각했죠. 다양한 장르가 있어 찾아주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고 나선 마음이 놓였어요”

김성규가 연기한 양태는 조선족 조직폭력배 장첸(윤계상)의 행동대원으로 대사가 많지 않았음에도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양태 역으로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김성규는 처음엔 그저 단역 오디션으로 참여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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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단역 오디션으로 지정 대사가 4개 정도 있었어요. 그 중에서 조선족 상인에 가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연습했죠. 조선족 특유의 말투에 의상도 갖춰서 입고 거칠게 보이려고 눈썹도 밀고 가서 연기했는데 그냥 재미있게 봤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러고 두 달이 지나고 나서 연락이 왔는데 그 때 양태 역으로 오디션을 봤죠”

조선족인 캐릭터를 위해 김성규는 유튜브를 보고 말투를 무작정 따라하고 조선족이 거주하는 공간을 찾아 그들만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사실 ‘범죄도시’ 원래 시나리오에선 양태는 더 대사가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김성규는 자신만의 전사를 만들어 캐릭터를 분석했다. 그는 우연히 북한의 한 아이의 사진을 보게 됐고 양태를 꽃제비(먹을 것을 찾아 일정한 거주지 없이 떠돌아 다니는 북한의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로 그려나갔다.

“실제로 연기할 때 존재하는 인물을 차용해서 가져오는 편이라 꽃제비를 생각했어요. 어떤 아이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을 봤는데 저에게 꽂혔죠. 아이의 눈빛이지만 한편으로 무서운 느낌이었어요. 양태도 그런 어린 시절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장첸 윤계상, 위성락 진선규와는 떼놓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극중처럼 세 사람은 실제 촬영 현장에서도 붙어 다니고 카톡 대화방도 따로 있을 정도로 돈독해졌다. 특히 장첸파의 보스였던 윤계상은 ‘범죄도시’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도 김성규와 진선규에 대해서 끊이지 않고 칭찬을 했었다.

“처음 만나기 전엔 그저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 경력이 있는 사람치고 더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 자신을 의심해 많이 놀랐어요. 배우로서 진지함, 집요함, 절실함이 있는데 인간적으로 사람을 잘 챙겨요. 그런 걸 보면서 많이 배웠죠. 배우 생활을 계속 하면서 저런 건강한 절실함을 가질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지금은 좋은 형 하나 얻은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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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진선규(사진=범죄도시 스틸컷)


■ “작품 하고 나면 숙제가 생기더라”

김성규는 2011년 연극 ‘12인’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에 뛰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연기자를 꿈꿔왔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우연히 고등학교 동아리 선배의 뮤지컬 공연을 보고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걸 느끼게 됐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극단에 들어간 김성규는 느리지만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작품은 1년에 한 편 정도로 작품수가 그렇게 많진 않아요. 성격인데 욕심을 내기 보단 한 작품 하고 나면 숙제가 많이 생기더라고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시점도 있었고 직업군을 나열할 순 없지만 다양하게 했어요. 백화점에서 고기도 팔고 오꼬노미야끼도 팔았는데 연기 연습하면서 발성이 좋아져서 어머니들이 좋아하셨죠. 그 때 직원으로 해볼 생각 없냐고 제안도 받았었죠”

‘범죄도시’는 단역을 하던 김성규에게 처음으로 이름이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범죄도시’를 통해 윤계상과 같은 소속사와 전속계약까지 하게 됐다. 회식 자리에서 김성규를 보게 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가 직접 계약을 제안했다. 소속사 쪽으론 아예 정보가 없었던 김성규는 당황스럽고 신기한 경험이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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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상이 형이 있는 자리에서 처음 대면을 했었요. 제가 술을 잘 못해서 그 자리에서 졸았는데 다음날에 연락이 와서 당황했죠. 계상이 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나 싶었죠. 만났을 때 저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너무 좋은데 한편으로 ‘절 잘 모르시잖아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죠. 저 스스로를 의심했어요. 계상이 형한테 물어봤더니 오히려 놀라더라고요. 눈빛이 돌아이 같아 좋다고 하셔서 신기했죠”

단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강렬한 양태를 만났고 ‘범죄도시’를 통해 소속사도 찾았다. 여기에 김성규는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킹덤’에 캐스팅돼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한다. 스스로 운이라고 했지만 운도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가는 법이다. 흔치 않은 기회를 잡은 김성규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디션을 많이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놀랐죠. 양태 역은 저에게 잘 맞았고 ‘범죄도시’ 팀이 서로 같이 하려는 힘이 컸어요. 여러 상황과 운이 좋았죠. 많은 분들이 오디션으로 이렇게 비중 있는 역을 맡는 경우가 흔치 않다며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더 잘 됐으면 좋겠고 그래야 이런 케이스가 많아진다고. 앞으로 잘 해서 이런 단역 연기 하시는 하시는 분들에게 기회가 많아지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감히 바람을 가져봅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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