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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동맹, 최선입니까?…'커진 몸집에 그늘도 두배'
21세기 공룡들이 자꾸 몸집을 키운다. 업계 1위를 다투는 이들이 너도나도 손잡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과 연예기획사들은 왜 손을 맞잡았을까. ‘성공해도 딴따라’라는 편견 속에 갇혀있을 것만 같았던 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쟁쟁한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유력 사업으로 떠올랐을까. 최근 몇 년 새 IT기업과 엔터테인먼트사의 동행이 줄을 잇고 있다. 쌍방간 니즈(Needs)와 결핍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완벽한 만남으로 기대와 호평이 쏟아진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콘텐츠와 기술의 만남, 알찬 내용물과 최첨단 그릇은 제 짝을 찾은 걸까.-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콘텐츠 파워를 키우고 있다. 그릇만 보유해서도, 내용물만 보유해서도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연예기획사와 기업 간 제휴 및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네이버 등 IT 기업들은 플랫폼이라는 그릇에 담을 내용물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콘텐츠를 손에 쥔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있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양쪽 시장에 결여돼 있던 부분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 서비스 등을 창출해낼 것으로도 기대받고 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가상 콘서트, 팬미팅도 IT와 엔터 업계가 그릴 가능성이 큰 사업 일환으로 꼽힌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은 SK텔레콤 측은 “콘텐츠에 IT 기술과 기기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AI와 한류 스타처럼 서로 다른 산업이 만나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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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뮤직, 멜론 연동=각 사 로고


■ 시너지 효과 속 시스템 충돌, 애꿎은 소비자 피해도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공룡들의 동맹에 그늘이 생긴다. 두 기업의 만남인 만큼 단순 시스템 오류로 인한 소비자 피해부터 동종 업계의 우려까지 다양하다.

지난 7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멜론'과 카카오톡 계정을 연동해 쓰고 있는 이용자들 중 이중결제 사례가 발생했다. 카카오와 로엔엔터테인먼트는 합병 후 양사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 계정 연동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엉뚱하게 상품 이중결제 사례가 발생한 것.

MTN 보도에 따르면 멜론 시스템이 두 개의 계정을 각각 따로 인식하면서 같은 기기에서 로그인을 해도 다른 계정으로 로그인할 경우 똑같은 스트리밍 상품일지라도 이중결제가 발생했다. 카드 내역에도 결제사가 다르게 찍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로엔엔터테인먼트 측은 "기존이용자가 로그아웃 상태에서 신규회원대상 프로모션을 통해 새로운 계정을 생성한 사례로 고객 오인지로 인한 불편은 해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멜론은 카카오톡 계정 연동을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신규 가입자의 50%가 카카오톡을 통해 유입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봤지만 이로 인해 일부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일반 기업이 엔터테인먼트사와 손잡고 아이돌 마케팅을 활용하는 경우는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보다 리스크가 더 클 수도 있다. 젊은 세대의 팬심을 공략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채워 넣어 구매 효과를 올리려는 의도는 자칫 상품보다는 모델에만 관심이 쏠리는 일회성 이슈몰이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아이돌 마케팅은 반응이 즉각적이다. 그러나 타깃층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고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서 “상품 특징과 고객에 잘 맞는 모델을 선택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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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YG, 로엔 엔터테인먼트 로고


■ "실험적 도전 감소", "설 자리가 없다" vs "길잡이 되어줄 것"

굵직한 합병, 계약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면서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들이 가고 있는 길이 장기적으로 다른 연예기획사들을 위한 방향 제시라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중소 연예기획사들이 설 자리는 더더욱 좁아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격이 다른 기업이 그릇과 내용물을 가지고 뭉친 만큼 시너지 효과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 창의적 콘텐츠는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엔터 협약처 관계자는 “서로 윈윈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큰 돈이 오가기 때문에 ‘성공할’ 모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 보니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참신한 기획과 콘텐츠들이 쓰레기통으로 사라지는 일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의 힘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콘텐츠만이 먹고 살 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콘텐츠란, 당연히 실험적이고 참신한 기회의 장이 주어질 때 성공의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기업과 손잡으면서 이런 저런 시도들에 주저하게 될 때가 많다.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일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공룡이 괜히 공룡이 아니다. 합병이나 부문 계약을 거치며 몸집이 더 커졌기 때문에 활동이 자유로울 수가 없는 건 자명한 일이다. 자칫 천편일률적인 콘텐츠의 돌림막기가 반복되고 창의적 콘텐츠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예가 우려도 더해진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다 해먹겠다는 것밖엔 안된다”면서 “중소기획사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하다못해 해당 기획사 신인들까지도 이미 마련된 플랫폼과 다양한 제품으로 홍보 기회까지 잡을 것이다. 방송이나 라디오에 목 맬 수밖에 없는 중소기획사로서는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히려 낙관했다. 이 관계자는 “공룡들이 손잡는다고 해서 중소기획사가 설 자리가 없다면 어떻게 국내 일반 중소기업들이 밥벌이를 하고 살겠는가. 오히려 대형 기획사와 기업의 동맹이 중소기획사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고 본다”면서 “대형기획사와 대기업이 손잡고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이는 분명 연예기획사들이 뻗어나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중소기업과 중소 기획사의 동행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만약 실패한다 해도 그 선례가 여타 기획사들이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한다고 볼 순 없나. 자본과 더불어 그만한 여건이 되기에 도전도 하는 것이다. 또 분명 틈새시장도 존재한다. 오히려 연예기획사의 위상이 높아지고 활동반경이 넓어진 걸 반겨야 할 입장”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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