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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잇 수다] 마음을 걸러내고 나면 보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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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살고, 사유하고, 행동하는 즐거움을 증폭시키고, 가장 단순한 감각에서부터 가장 복잡한 계획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영위하기. 이 여름날은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권유한다.”

각자의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떠난다’는 ‘부담감’이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정해진 일정을 걱정하고 여행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은 사고들이 상상되는 탓에 잠 못 이루곤 했다. 여행지에선 어땠나. 늘 무언가 걱정거리가 있었고, 쫓기는 듯한 강박이 뒤따랐다. 어느 휴가엔 ‘내가 이렇게 쉬고 있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내게 여행은 여행지를 즐기거나, 푹 쉬어버리거나, 이 한 몸 불태워 놀아보겠다는 처절한 의지를 담아냈다거나 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그건 ‘나도 다녀왔다’ 정도의 개념이었다.

‘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을 읽으며 그 불편함의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이후로는 앞으로 나의 여행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내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생각할 기회를 선사한 것이다. 장 루이 시아니가 이끄는대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사유의 여행을 하고 나니 나 자신이 정화되고 정리됐다. 불안과 강박 등 불순물이 가라앉은 침전물과 마주했고 그것을 비워낼 기회였다. 그러고 나니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 삶에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을 간 사이 고착화된 일상의 패턴을 잊을까 두려워 일상으로 돌아올 준비부터 하고 살았으니 마음이 편했을 리 없다. 어쩌면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진짜 여행의 맛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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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순간이 빚어낸 야릇한 연금술. 한편으로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즉 시간 속의 존재로서 우리가 안고 있는 나약함과 비극성을 일깨운다. 그러는 한편, 이 같은 자명한 이치로의 회귀는 마치 새로운 사실처럼 여겨진다. 쏟아지는 햇빛 아래 앉아서 우리는 바로 이 현재의 순간을 전례 없는 사건, 다시 말해서 평소 같으면 각종 제약과 의무로 인하여 우리가 외면해버렸을 우리의 자아와 세상이 새삼스럽게 태어나는 사건에 놀란다. 우리가 현재의 ‘풀을 뜯을’ 때, 우리는 새로워지고 또 다시 새로워진다. 우리는 스스로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선택하고, 건설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을 회복한다.”

어느 이유든 마음이 바쁘고 어지러웠던 여행과 달리 장 루이 시아니가 초대한 철학의 해변가는 정말 내게 필요한 여행이었다. 마음을 위한 여행이니 바쁠 이유도 없었고, 불안할 이유도 없었다. ‘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을 읽는 내내 오후의 해변가 선베드에 누워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장 루이 시아니는 섬세하고 상상력 가득한 표현으로 한가한 해변가, 파도소리와 저 멀리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한 장소로 독자를 데려다 놓는다. ‘떠난다’로 시작해 ‘돌아간다’로 종결되는 목차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내가 나 자신을 찾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든 사유(思惟)를 이끌어낸다.

‘휴가지에서 읽는 철학책’의 여행은 자신을 향한 항해다. 이 해변의 철학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좀 더 나은 삶을 찾을 수 있기를, 태양의 사색을 갈무리함으로써 세상의 겨울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루이 시아니의 철학은 어렵지 않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각종 철학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책장은 훅훅 넘어간다. 철학이라곤 ‘1’도 몰라도 읽을 수 있다. 작고 가벼운 책은 여행가방 한자리를 차지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최성수기에 휴가를 가지 않은 이들이라면, 돌봐야 할 아이가 없는 이라면 떠남과 휴식을 동시에 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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