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방탄소년단, 세븐틴, 아스트로, NCT 127, 워너원(사진=각사)
최근 들어 기자의 메일에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띄었다. 크게는 팬클럽에서부터 작게는 개인팬들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해 보낸 것이다. 방송 모니터부터 기부, 착장 아이템 완판 등 소재도 다양하다.
팬들이 보낸 보도자료는 아이돌 소속 회사에서 보내는 일반 보도자료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팬덤 조직이 전문화-체계화 돼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팬들이 언론사에 직접 메일을 보내는 이유는 통상 두 가지였다. 감사 인사 또는 항의의 의미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은 변화하고 있다. 팬들이 보낸 보도자료나 제보가 기사화되며 또 다른 커넥션이 열린 것이다.
앞서 팬들이 소속사에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게 된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이젠 이 차원을 벗어나 더 적극적인 형태로 팬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소속사 홍보팀이 있는 아이돌을 위해 팬들이 적극적 홍보 행태를 띤 이유가 궁금했다. 보도자료를 보낸 다수의 팬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들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답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 중 한 아이돌 팬클럽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보낸 게 다 일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답이 가장 근본적인 답이다.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고서는 들일 수 없는 공이다.
소녀시대, 여자친구, 레드벨벳, 트와이스(사진=각사)
일반적으로 엔터테인먼트사에는 홍보팀, 팬마케팅팀, 음반기획팀 등 분야에 맞춰 팀을 나눠 아티스트 관리에 공을 들인다. 각 분야 담당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팬의 의견을 수용하는 경우가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 관계자는 “팬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꼼꼼히 살피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팬들의 의견으로 보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 회사 입장에서도 팬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최대한 체크해야 한다. 회사 마음대로만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적극적인 팬들의 의견 제시는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팬들은 이제 더 이상 수용자의 역할만 하지 않는다. 아이돌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던 정신적 활동에서 벗어나 이들에게 이익이 되는 게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해 실리로 옮긴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돌과 팬들의 유착이 깊어진 것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정보 습득이 빠른 젊은 팬들이 연예계 시스템을 파악하면서 전문성을 띠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팬들의 홍보활동이 더 활발해진 상태이니만큼 이들의 변화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팬들의 주체적 변화가 앞으로 아이돌 문화에 어떤 영향을 발휘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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