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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수다] 김영하, 뜨거운 이 남자가 깊숙이 찔러오는 칼날 '오직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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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페이스북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아무 이유도 없이 타인에게 개수작을 하는 인간들이 있어. 잔잔한 호수만 보면 돌을 던지는 어린애들처럼.”

요즘 가장 핫한 남자가 있다. 방송에서 적절한 위트와 엉뚱함을 버무려 가며 비틀어진 미소로 유머를 전하는 남자. 작가 김영하다. 그러나 김영하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소설가 김영하의 또 다른 자아인 양 태연하게 심각하고, 우울하며, 유머 넘치다 허점을 파고드는 소설집을 발간했다. ‘오직 두 사람’이다.

‘오직 두 사람’은 제목만 들었을 땐 절절한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로 꾸려져 있을 것만 같은 선입견을 비웃듯 제멋대로 흐른다. 마치 방송에서 보여지는 김영하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소설가로서의 김영하가 다르다는 듯 ‘오직 두 사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고 남들에겐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다른 마음’이 존재한다.

“십 년간 그는 ‘실종된 성민이 아빠’로 살아왔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그것이 끝나버렸다. 행복 그 비슷한 무엇을 잠깐이라도 누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불행이 익숙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내일부터는 뭘 해야 하지? 그는 한 번도 그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민이만 찾으면, 성민이만 찾으면. 언제나 그런 식이었지 그 이후를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어느 주인공은 핏줄에 얽혀 있고, 어느 주인공은 그 핏줄이 더없이 낯설다. 인생에 대한 희망으로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깃을 잡아 쥐듯 그 핏줄에 집착했을 뿐 타인보다 먼 존재다. 오히려 한 세대를 건너뛴 생명에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존재보다 더 사랑했다 여겼던 ‘존재의 이유’에게서 벗어난 것에 안도한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도 몰랐던 본성을 발견하고, 어떤 이들은 알 수 없는 ‘개수작’에 갇혀 끝없는 절망을 경험한다.

‘오직 두 사람’은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의 전혀 다른 면을 발견하는 데서 오는 섬뜩함, 평이한 듯 흐르다 단 몇 문장으로 도덕과 양심을 뛰어넘는 인간의 본성을 관통하는 이야기로 독자의 허점을 찌른다. 누구나 가진 은밀한 본성, 누구보다 가깝다고 여겼던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김영하는 ‘알쓸신잡’에서 적재적소 코멘트를 하듯 아무렇지 않은 체 하며 인간이 가진 불편한 감정들과 본능을 건드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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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오직 두 사람'



“난 언제나 현재가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여기만 지나가자. 그럼 나아질 거야. 그런데 늘 더 나빠졌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더 행복했어요. 그럼 지금 이 순간도 최악이 아닐 수 있다는 거잖아요? 지금이 그래도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에서는 가장 젊고, 제일 괜찮은 순간일 수 있다는 건데…… 우리 모두 여기서 늙어가다가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지도 몰라요. 처음 들어왔던 때가 그래도 좋았어. 그땐 젊었고, 희망도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가면을 벗고 사는 시간보다 가면을 쓰고 사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비단 대외적 관계가 아니라 가장 가까워야 하고 가장 편해야 한다고 인식되는 가족 역시 마찬가지의 대상이다. ‘오직 두 사람’은 도대체 하려는 이야기가 뭔가, 이게 뭔가 싶다가도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 맞은 듯, 때로는 뜨끔할 정도로 현실감 넘치는 인간의 감정을 직시하고 있다. 더욱 재밌는 점은 김영하는 태연하게, 독자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그것은 오히려 독자의 몫이라는 듯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불편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겠으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후딱 책 한권의 끝에 다다르게 되는 느낌이다.

단편으로 구성됐고 다소 긴 단편도 30~40분이면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다만 출퇴근길 독서는 만류한다.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진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마무리하게 될 수도 있다.

“신도 우리의 집사일지 몰라요. 우리를 예뻐하다가도 가끔은 귀찮아하기도 할 거예요. 그러다 어느 날 훌쩍 사라져버리는 거예요. 아니면 우리가 신을 떠나거나. 그럼 고난이 시작되는 거죠. 밥이나 주는 집사인 줄 알았는데 실은 전 존재가 그에게 달려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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