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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아두면 쓸데없을 리가" 예능과 교양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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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모든 궁금증과 질문은 옳다.” “예능에는 웃음이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 두 문장이 말하는 건 바로 ‘교양 예능’이다. 시사 교양으로 분류되지만 연예인들이 출연하고, 학자와 전문가가 출연하지만 웃음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프로그램이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다.

예능인줄 알고 재미있게 봤던 프로그램이 알고 보니 교양프로그램이고, 교양인 줄 알았더니 TV를 보다 피식피식 웃게 되는 이 교묘한 경계선에 선 ‘교양 예능’ 프로그램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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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차이나는 클라스', tvN '알쓸신잡' 포스터



■ 이야기와 공감, 그리고 차별화

OtvN ‘어쩌다 어른’은 유명 강사진의 스타 인문학 강의를 콘셉트로 바꾸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유익하면서도 유쾌한 강의쇼가 담겨 있는 이 프로그램은 교양프로그램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예능적 요소가 강하다. ‘어쩌다 어른’에 대해 정민식 PD는 “학문과 삶의 교차점 때문인 듯하다”면서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학문이다. ‘나’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러니 시청자가 궁금한 점, 그리고 함께 공감할 만한 주제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성공과 인생 키워드의 휴먼스토리, 그리고 학문을 기반한 이야기를 가진 인물을 강사 선정 기준으로 놓는다”고 설명했다.

예능의 교양화, 교양의 예능화가 가능했고 시청자 호응까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야기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우리의 삶을 대변하는 주제가 주를 이룬다.

‘모든 질문은 옳다’를 모토로 삼은 프로그램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동네의 숨은 이야기부터 역사와 트렌드, 철학과 고전, 건축과 종교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인문학을 지향한다. ‘차이나는 클라스’ 역시 성공적인 교양화 예능프로그램이다. 질문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한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여기서 출발한다. 뻔히 다 알고 있는 주제라 질문하지 않을 것 같지만 지식적 내용을 알려주고 그에 대한 토론의 장까지 마련한다. 큰 화제를 모았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뜨거운 토론의 장까지 마련됐다. 거기서 시청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특히 어려운 주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을 파고들면서 유명강사 강의와의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그저 웃기만 하고 끝나는 예능을 넘어서 무언가 얻어가는 기분으로 “잘 봤다”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호평받고 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술자리 입담으로 인문학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지식이 학문적 분위기에서, 엄숙하고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편견을 과감하게 깨뜨린 이 프로그램은 각 분야의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 모이면서 세상의 온갖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청자들은 페이지 한 장 넘기지 않은 채 낄낄대며 이들이 풀어내는 세상의 이야기와 지식들을 습득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유희열의 역할은 신의 한수다. 대화가 너무 전문성을 띠어갈 때쯤이면 여지없이 무식자를 자처하면서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 네 지식인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낸다.

지난 3일 뒤늦게 뛰어든 KBS1 ‘서가식당’은 음식을 먹으며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확실히 차별화된 책 비평 프로그램이지만 ‘알쓸신잡’과 비교할 땐 더없이 작아진다. 책이라는 한정된 주제만 놓고 본다면 획기적인 도전이지만 ‘알쓸신잡’이 다루는 거대한 영역,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튀어나가는 잡학이 주는 재미와 지적 호기심을 따라가기는 무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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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잡스' '말하는대로'



■ 즐겁게 지식을 얻고픈 욕구 ‘시즌2’를 부르는 목소리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과 교양프로그램의 경계가 희미해진 이유를 ‘혼란스러운 시국 변화’로 봤다. 여기에 더해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을 추가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인터넷 발달로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지만 무엇이 양질의 정보인지 선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면서 “사람들은 필요한 지식을 즐겁게 얻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고 예능과 교양의 만남, 그리고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혹자는 교양과 예능의 접목이 현대인들의 ‘지식에 대한 열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있어 보이고 싶은 열망’을 충족시켜준다고 분석했다.

그런 이유로 일부 종영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 유익했고, 재밌었고, 눈물까지 흘렸는데도 종영했다는 것. 인생에도 학교가 필요하다는 기획 의도를 가진 강연 리얼 버라이어티로, 매회 사회 명사를 선생님으로 초빙해 함께 배우는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는 1%에도 못 미치는 낮은 시청률로 인해 종영했다. 이후 시청자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정이 알려지지 않은 프로그램도 있다. 소방관·응급의학과 전문의·심리 전문가·여행 가이드 등 다양한 직업인을 만날 수 있었던 JTBC '잡스'는 2%대 시청률 순항에도 갑작스런 종영으로 시청자들을 아쉽게 했다. 직업소개 외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직업의 현실적 이야기와 에피소드들을 담았기에 ‘잡스’ 종영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잡스’는 시즌2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는 상태다.

시청자들의 원성을 들은 종영프로그램도 있다. JTBC ‘말하는대로’다. 하하가 기획안을 받아들고 ‘더럽게 재미없다’고 생각했다던 이 프로그램은 스타, 각계각층 인사들이 어우러진 말 버스킹으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말하는대로’를 통해 예능의 폭을 넓히고 싶었다는 정효민PD는 “예능을 웃음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즐거우면 그게 예능이라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정 PD는 소소한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느낀 바가 있는 사람, 지식적으로 전달할 메시지가 있는 사람을 버스커로 내세우며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고 이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들은 화제성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뉴미디어 부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행히도 고해성사의 자리이자 대나무숲이었던 ‘말하는 대로’ 역시 시즌 2로 돌아올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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