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5월 9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거판을 미리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영화 ‘특별시민’은 그에 앞선 4월 26일 개봉했다. 최근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충격적인 사건 이후 새로운 시작을 앞둔 시점에 말이다.

영화 ‘특별시민’은 사람이 가지는 여러 가지 욕망 중 권력욕을 바탕으로 한다. 헌정 사상 최초로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의 시선으로 거대한 선거쇼가 벌어진다. 현실을 의식해서인지 영화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시작해 유권자의 입장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핵심은 변종구를 따라간다. 오직 그가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방법에만 집중하고 있다.

변종구를 중심으로 치열한 선거판의 세계는 비교적 리얼하게 그려냈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각종 쇼와 이벤트, 상대 후보와의 신경전, 언론과의 유착관계 등은 실제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이다. 또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위해 이슈를 조작하고 모든 정보와 사생활은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사용된다. 같은 캠프 내에서조차 보이지 않는 전쟁이 난무한다.

분명 정치 영화지만 ‘특별시민’에는 조금 다른 지점이 있다. 보통 흑백 세계관이 진하게 묻어나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배제됐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인 ‘권력욕’을 각자의 방식대로 드러낸다. 가장 정의롭고 양심적인 박경(심은경)조차도 말이다.

로맨스나 조폭 싸움 등 정치영화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단골 메도 없다. 자극적인 스토리보다는 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문소리 등 연기파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인물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과 극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지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인물묘사는 한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만 다소 평면적이고 기능적인 캐릭터 설정이 영화 전체의 힘을 잃게 한다. 주인공인 변종구를 제외한 대다수의 캐릭터가 그렇다. 계속해서 터지는 사건들은 불분명한 인과관계 탓인지 흐름이 끊기는 듯한 느낌도 감출 수 없다.

그래도 영화가 여운을 남기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 컸다. 그간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던 최민식은 기존과는 다른 색깔의 카리스마로 관중을 휘어잡는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최민식의 연기에는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내공이 있다. 곽도원과 라미란, 박혁권, 문소리, 심은경의 연기력도 흠잡을 데 없다. 26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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