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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X김민희의 직구 혹은 철벽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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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남의 연애사를 엿본 기분이다. 홍상수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는 불륜 관계를 인정한 홍상수 감독, 김민희가 오버랩 된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로 제 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진짜 화제가 된 이유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실제 불륜 관계를 인정한 두 사람을 영화 곳곳에서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독일에서 촬영된 1부와 강릉이 무대가 된 2부로 나눠진다. 유부남과의 사랑에 빠진 여배우 영희(김민희)는 독일로 현실을 도피해 왔고 그 곳에서 아는 언니 지영(서영화)를 만난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영희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강릉으로 무대를 옮긴 2부에선 한국으로 돌아온 영희가 과거 지인들과 어울리고 사랑의 상대인 유부남 상원(문성근)과 마주하는 장면도 보여진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영희와 주변인들의 입을 통해서 사랑, 결혼, 불륜에 대한 생각을 풀어냈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답게 생활밀착형 상황과 대사가 돋보인다. 하지만 영희와 상원을 실제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으로 대입해하면 느끼는 감정은 달라진다.

영희는 술에 취해서 사랑할 자격을 논하고 잘생긴 남자 많이 만났지만 얼굴값한다고 비아냥거린다. 여러차례 공개 연애를 했던 김민희가 영희이기 때문에 몇몇 얼굴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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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으로 등장한 지영은 욕구가 없고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한 것처럼 표현했다. 주위 인물들은 영희와 상원의 관계는 응원하고 불륜 관계인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들에게 “왜들 가만두지 않냐”며 비난한다.

영화 속에서 주변인들은 영희를 계속해서 “매력적이다”라고 치켜세운다. 왜 작품을 하지 않냐며 영희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한다. 과연 사랑을 하고 나서 성숙해지고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영희와 김민희는 분리해서 볼 수 있을까. 홍상수 감독이 만들어 준 배우 김민희의 보호막로 느껴진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아마 김민희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리얼한 연기가 아닐까 싶다.

영화 안에서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했듯이 홍상수 감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밤에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충분히 꺼내놓았다. 이를 두고 비싼 자기변명이라고 비판하는 이도 있고 베를린영화제처럼 홍상수 감독만의 세계에 극찬을 보낼 수도 있다. 결국 영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관객의 몫이다. 홍상수 감독은 묵직한 직구를 던졌고 이제 그 공은 관객들에게 넘어왔다. 그 반응은 23일 개봉 후 확인될 것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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