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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로 온 지식인] ③ 지식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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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지났다. 스포츠 선수, 연예인까지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는 시대다. TV도 시청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변화에 나섰다. 자신의 분야에서 고지에 오른 지식인들을 속속 TV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기본으로 예능인 못지않은 예능감을 뽐내는 지식인들 덕분에 시청자들은 어려운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됐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지식인들을 찾는 예능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몇년 전, 인포테이너(infortainer)라는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를 잡던 시기다. 현재는 분야가 확장돼 다양한 전문가들이 예능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 장르도 성격도 변화한다. 어느 한 분야를 넘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이제 예능에서는 웃음 뿐 아니라 유익한 정보까지 제공해야하는 숙제가 지워진 셈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웃음과 함께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재밌는데 교육적이기까지 하니 과연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시사예능이든 특강쇼든 장르를 구분짓는 것이 점차 의미가 없어지고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려운 정보를 귀에 쏙쏙 박히도록 알기 쉽게, 재밌게 전달해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전하는 정보를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5년 각종 의학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다. 일부 의사들이 방송에 출연해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일명 '쇼닥터(Show Doctor)'라 불리는 이들의 잘못된 방송 행태에 결국 대한의사협회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 여기에는 의사가 정확한 의학 지식을 전달하고 시청자를 현혹시키지 말 것과 의사의 광고 금지, 방송 출연을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말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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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강의 콘셉트의 프로그램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O TvN 특강쇼 '어쩌다 어른'에서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큰 곤혹을 치렀다. 교육 전문가로 활약하며 다양한 방송에 출연했던 최진기는 '어쩌다 어른'에서 전문가들조차 처음 보는 그림을 조선후기 천재 화가 오원 장승업의 '군마도'라고 소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오류를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고 '어쩌다 어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대중에게 전문가는 그 자체로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의사 한 마디에 우리의 생활 방식이 송두리째 바뀌기도 하고, 누군가의 명강의는 새로운 신념을 심어줘 인생의 방향을 새로 설정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문가 혹은 지식인들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거나 수준 미달의 의견을 전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론 1차적으로는 지식인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책임이 있다. 여전히 시청자들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에 이들 지식인들의 정보가 과연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도 좋은 것인지, 또 옳은 것인지에 대한 2차 검증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의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 역시 수동적인 시청 형태를 벗어나 좀 더 능동적으로 사고하며 방송을 바라보는 '똑똑한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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