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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작 영화 ‘더킹’에서 정우성은 권력의 숨은 설계자이자, 실세 부장검사 한강식 역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 만큼 등장부터 남달랐다. 펜트하우스에 첫 발을 내딛은 정우성의 모습이 스크린에 가득찬 순간 관객들의 숨소리를 죽였다.
“사실 시나리오에서 한강식의 일장연설을 보고 ‘무너뜨려야겠다’라는 자극을 받았다. 제 스스로가 한강식을 바라볼 때 비아냥거리고 싶었다. 내가 그에게 느끼는 비웃음을 관객들에게 이끌어내고 싶었다.”
정우성은 ‘더킹’을 마당놀이처럼 해학과 풍자가 담긴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더킹’은 조인성의 내레이션과 뉴스, 영상 자료 등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풍자를 담아낼 영화였지만 의도치 않게 현 시국과 맞물리면서 웃기지만 슬프게도 현실적인 영화가 됐다. 정우성이 ‘더킹’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사실 ‘더킹’을 선택할 당시에 용기가 필요했다. 시국이 이렇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이밍이라는 건 선택할 수 없는 것 같다. 우연히 주어지는 건데 시국이 다르게 흘러갔다. 이 상황이 ‘더킹’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깨어 있으니 좀 더 편하게 영화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 자체가 권력조직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는 얘기다. 그런 시의성은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다. 정치적인 발언을 심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상식과 정의, 정당함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게 그걸 정치색으로 씌우는 게 잘못된 것.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니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뿐이다.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상식선 안에서 사회가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더킹’에서 정우성은 후배인 조인성, 배성우, 류준열과 호흡을 맞췄다. 그 가운데 조인성은 정우성이 나왔던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자신을 보며 꿈을 키웠던 후배와 나란히 연기를 하게 된 정우성이 느낀 감정도 남달랐을 터다.
“조인성은 더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긍정적인 후배다. 좋은 후배가 선배에게 자극을 준다. 현장에서 인성이를 바라보는데 신기했다. 내가 더 좋은 자세로, 선배의 모습으로 인성이에게 보여 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후배들과 어린 세대들에게 무엇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성세대가 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영화배우니까 영화를 통해 문제의식을 제시해도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다. 질문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로 날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내 포지션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
현재 이정재와 소속사를 운영하며 사업가로서 행보도 이어가고 있는 정우성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목표도 명확했다. 기성세대이자 선배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찾은 셈이다. 조인성의 꿈을 이끌어냈듯 지금 정우성의 모습도 후배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이정재와 함께하니 외형적으로 크게 보이는 건데 전 사업이라기 보단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선배로서 경험을 나눌 수 있고 그런 후배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그런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선배에겐 자극제가 된다. 그런 둥지라고 생각한다. 산업적으로도 어떤 포지션인지 모르겠지만 연대 의식이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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