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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더 다크> "팝콘 내던지게 만드는" 긴장과 공포의 연속
[리뷰] 눈 먼 노인은 어떻게 강자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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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쳐팀=김동민 기자] 록키(제인 레비 분)와 알렉스(딜런 미네트 분), 그리고 머니(다니엘 조바토 분)는 빈집털이를 일삼는 3인조 10대 좀도둑. 세 사람은 혼자 살고 있는 퇴역 군인이자 눈먼 노인(스티븐 랭 분)의 집에 막대한 현금이 있다는 정보를 얻고 새로운 범행을 계획한다. 이들은 어느 깊은 밤 노인의 집에 잠입해 침실에 마취 가스를 살포하고 금고를 찾아 집안을 뒤지지만,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난 노인에게 쫓기면서 되레 목숨을 위협받는다.

일흔은 됐을 법한 노인이 눈까지 멀었다. 노약자에 장애인이기까지 한 그야말로 약자 중 약자다. 피해자면 피해자지, 결코 가해자가 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수퍼을'이 '수퍼악당'이 된다. 보이지 않는 눈을 대신해 쫑긋 세운 귀와 킁킁대는 코로 사냥감을 추적한다. 이리저리 손을 휘젓다가 잡혔다 하면 우악스럽게 목을 조르고, 작은 기척이라도 느껴지면 사정없이 총을 갈긴다. 최소한 '홈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노인은 분명한 강자인 것이다. 그에게 있어 집 안은 문자 그대로 '눈 감도고 훤하니'까.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 왔지만 나갈 땐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집 안에서, 젊은이들은 눈 뜨고 코를 베이며 속수무책이다. 영화 <맨 인 더 다크>가 자아내는 긴장과 공포감이 낯설면서도 강렬한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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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일행이 집 안에서 노인과 벌이는 숨바꼭질은 <맨 인 더 다크>의 분위기를 견인하는 주된 동력이다. 좁은 복도를 오가고 문을 넘나들며 인물과 공간 구석구석을 오싹하게 훑는 카메라 워크, 적막 속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는 호흡과 발걸음 소리 등 효과음까지. 장르적 색채를 영악하게 그려낸 연출은 영화 특유의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을 성공적으로 조성한다. 벽장과 화장실, 주방, 창고 등을 오가며 구석에 웅크려 숨는 록키와 알렉스. 두 손으로 입을 꼭 막은 이들과 그 앞에서 귀를 기울이는 노인의 모습은 스크린 너머로 더욱 강렬하게 각인된다. '숨 쉬지 말라'(Don't breathe)라는 이 영화의 원제는 과장이 아니다.

장르적 만듦새와 별개로, 영화의 캐릭터들과 서사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빈틈이 보인다. 주인공 록키와 노인의 대결 구도는 특히 그렇다. 영화는 돈을 훔치려는 록키의 동기를 초반부 '여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살짝 비추고 만다. 때문에 록키의 범행은 정당성을 얻지 못하고, 그의 캐릭터는 단순히 공포감을 관객에게 이입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노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노인이 많은 현금을 갖게 된 계기로 한 재벌가 여성이 교통사고로 자신의 딸을 죽게 한 사건을 들이민다. 노인의 무자비함이 당시의 상처 때문이란 설정은 어딘가 설득력이 부족하고, 이와 관련해 중반 이후 폭로되는 그의 비밀은 충격적이지만 터무니 없이 작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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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동네의 마지막 주민인 노인의 집. 이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개인주의란 미명 하에 벌어지는 사회의 무관심을 비꼰다. '훔친 돈이 1만 달러 미만이라면 잡혀도 낮은 처벌을 받는다'거나 '총을 들고 집에 침입한 사람을 쏘아 죽여도 정당방위'라는 등 미국 특유의 사법 제도들을 상기시키는 인물들의 대사들은 귓가에 남는다. 노인 역을 맡은 스티븐 랭의 싸늘할 정도로 무감정한 연기는 영화의 모든 요소 중 단연 돋보인다. <맨 인 더 다크>는 지난 8월 26일 미국 현지 개봉해 첫날 1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라이트 아웃>(915만 달러)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어 개봉 10일 만에 5112만 달러의 흥행수익으로 제작비 대비 5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다. 2016년 10월 6일 개봉.
issuepl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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