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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① 박보검 "주인공은 네가 아니라는 말에 자신감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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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나경 기자)


[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배우 박보검에게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은 또 하나의 인생작으로 남게 됐다. 시청률 20%를 넘나들며 숱한 화제를 뿌렸고, 박보검이라는 이름 석자를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킬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응답의 저주'를 시원하게 날려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이영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군주의 모습부터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해지고 달콤해지는 '사랑꾼' 매력까지 다채롭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보검은 "이영을 떠나보내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 이제는 달만 봐도 드라마가 떠오를 것 같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당초 '구르미 그린 달빛' 캐스팅이 한창일즈음, 가장 먼저 출연을 확정한 이는 바로 박보검이었다. 함께 출연할 배우들이 누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박보검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사극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지만 동시에 주연이라는 상당한 무게의 부담감을 느껴야했다. 이후 기라성같은 선배들의 캐스팅 소식이 들려오면서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은 날로 무게를 더했다. 박보검은 점점 자신이 이영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원래 자신감 없는 성격은 아니예요. 처음에는 부담감이 없었는데 점점 내가 작품을 이끌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중에야 그게 착각이라는 걸 깨달았죠. 가족들, 회사 식구들, 선배님들께 힘들다고 연락하기도 했고요. 이영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죠. 그때 가족들도, 회사 식구들도 모두 '니가 주인공이 아냐'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감독님이 해주신 말이 떠올랐어요."

신원호 감독은 '응답하라 1988' 첫 방송을 하기 전 젊은 배우들을 모아놓고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잘 되건 못 되건 연연하지 말고 즐겁게 하자. 누가 남편이 되든 주인공은 너네 모두야"라고 배우들을 다독였다. 박보검은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이 작품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부담감도 덜 수 있었다. 또 같은 소속사 선배 배우인 송중기의 조언 역시 박보검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한 몫하기도 했다.

"송중기 형한테 전화해서 '이영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감독님 작가님 의도를 파악했는데 내 연기에 확신이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중기 형이 '니가 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자신감을 가지고 하면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전체 대본 리딩이 시작되고 테스트 촬영이 시작됐는데 솔직히 저는 정말 마음에 안들었어요. 제가 여전히 이영에 푹 빠지지 못한 느낌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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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나경 기자)


답답했던 박보검에게 이영 캐릭터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 장면이 있었다. 바로 '구덩이 신'이었다. 극 초반 이영과 라온이 사로의 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구덩이에 빠져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지는 장면이었다. 박보검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 이영 캐릭터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일종의 깨달음같은 걸 얻었다고 해야 할까. 이 장면을 촬영한 후 이영 캐릭터를 확실히 파악한 박보검은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대본으로만 봤을 때는 '안된다. 나를 여기서 꺼내줘라'라는 대사를 보고 '뭔가 절실하겠지, 나를 어떻게 버리고 가'라는 감정을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구덩이에 들어가니까 그 안에서의 공기와 흙냄새가 느껴지면서 삼놈이에 대한 원망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저를 놓고 가려는 삼놈이를 붙잡고 싶고. 진짜 절실함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이영이 확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영에 녹아든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인기를 견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극중 라온 역의 김유정과 그린 달달한 애정신들은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박보검의 새로운 매력마저 느끼게 했다. 박보검은 "저도 제 안에 그런 능청스러움이 있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자신이 없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재밌더라.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 '명량'을 통해 맛을 보긴 했지만 본격적인 사극 도전은 사실상 처음이었던 박보검은 나중에라도 정통사극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좀 더 연기에 대한 기초를 탄탄히 다진 후에 꼭 출연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마지막회에서 세자가 아닌 왕위에 오른 후 곤룡포를 입고 등장한 장면을 떠올리며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영 캐릭터를 보내야 하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준혁 선배님과 처음 함께 시작했는데 왕 옷을 입고 걸어가면서 '주상 전하 납시오'라고 하는 장면에서 사로 눈이 마주쳤어요. 눈시울이 붉어지더라고요. 그동안 이영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부분들, 흔들렸던 부분들, 힘들었던 부분들이 떠오르는데 발걸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정말 이영으로서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곤룡포를 입은 영에게 박수쳐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나이에 맞는 자유분방함을 표현해주고 싶었고 그 나이에 맞지 않는 무게감과 책임감을 잘 견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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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나경 기자)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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