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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준의 酒스토리] '함틋' 수지에게도 있는 아찔했던 숙취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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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전날 늦게까지 달리고 아침에 일어날때면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에 일단 미간부터 찌푸리고 봅니다. 술 친구 숙취가 찾아온 거죠. 이 숙취라는 놈만 아니라면 아마도 1년 365일 주구장창 술 독에 빠져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드네요. 어쨌든 숙취는 오랜 술의 역사만큼이나 인간들을 괴롭혀왔습니다.

술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이렇게 대뜸 숙취부터 거론하는 이유는 그것이 어쩌면 마지막이자 시작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숙취에 대한 괴로운 기억 한 두개 쯤은 갖고 있을 겁니다. 머리가 아픈 건 기본이고 속까지 메스꺼워 구토를 하는 경우도 있죠. 가끔은 '술병'이라 부르며 하루 종일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게 합니다. 우리는 이럴 때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다고 표현하죠.

숙취를 느끼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술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술 안에 포함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놈 때문이죠. 이 놈이 바로 숙취를 유발하는 주범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이 놈이 체내에 남아 계속 신경을 자극하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겁니다. 반대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이 놈을 분해한다는 건 술에서 깬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우리가 살면서 새삼 "내가 정상이 됐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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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숙취 해소 방법도 다양합니다. 조선후기 대표 실학자 서유구 선생의 형수 빙허각 이씨가 1809년에 지은 '규합총서'에는 19세기 초반 조선시대 명문 사대부 가문에서 사용하는 술깨는 비법이 나와 있습니다. 잠시 살펴보면 '술 마시고 목이 말라도 찬 물 마시지 마라' '소금으로 이 닦고 더운 물로 양치질하면 숙취해소가 된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지금 보면 언뜻 이해가 가질 않지만 그땐 그랬다고 하네요.

각 나라별 숙취 해소 방법도 독특합니다. 중국에서는 진하게 우려낸 녹차를 마시거나 해장국을 만들어 끓여 먹고 일본에서는 매실을 소금에 절인 우메보시를 해장 방법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라멘으로 속을 달래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다죠. 우리나라도 술 먹은 다음 날 얼큰한 라면으로 해장을 하려는 분들이 많은데, 라면에는 나트륨이 워낙 많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참고하세요.

몽골은 소금에 절인 양의 눈알을 토마토쥬스에 넣어서 마신다고 하고 러시아는 양배추와 오이로 즙을 내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만든 음료인 '라솔'을 마신다고 합니다. 또 호주 사람들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고 하는데 주로 햄버거를 이용한다고 하네요. 푸에르토리코는 독특한 숙취 해소법을 가진 나라로 유명하죠. 과거에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만, 바로 겨드랑이에 레몬 바르기입니다.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악한 기운이 겨드랑이에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라네요.

얼마 전에는 국내의 한 식품회사에서 출시한 과일 음료가 외국에서 숙취해소에 좋은 음료로 소문이 나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구하기 힘들 정도라며 한국 친구들에게 구매를 부탁하기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얼마나 효과가 좋은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 제품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니 왠지 모를 뿌듯함 마저 느껴지네요.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가장 좋은 숙취 해소 방법은 술을 적당히 마시는 겁니다. 본인의 주량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다면 숙취로 고통받는 일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마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죠. 좋아하는 사람들과 분위기에 취해 한 잔 두 잔 털어 넣다보면 어느새 주량은 넘어가고 다음 날 아침 숙취는 예약해놓은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숙취로 고통받는 아침이 끝나고 다시 저녁이 되면 우리는 어느새 한 잔 할 '꺼리'를 찾아 어슬렁 거릴지도 모릅니다. 다시 시작인거죠. 오늘은 미리 속을 든든하게 채워 숙취를 조금이라도 줄여봐야겠습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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