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병대대에 일병? 한숨 푹 쉬었다”…해병대 전역자가 본 해병대원 사망 사건

2023-07-20 11:38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장병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119구조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경북 예천서 폭우 수색에 투입된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해 안타까움을 전하는 가운데 한 해병대 전역자가 쓴 장문의 글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하며 주목받고 있다.

2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병대 전역자가 본 해병대 실종사고’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글쓴이 A씨는 1시단 상륙기습 보병대대 출신으로 전역 한 지 5년 가량 지났다고 한다.

해병대원들이 실종 일병을 찾는 모습이다. [보배드림 갈무리]

그가 아는 선에서 작성한 글로 미뤄보면 이번 사고는 명백한 인재로 보인다.

A씨는 “지금 피해자는 포병대대 출신인데, 포병대대에는 구명조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보병대대에서도 상륙기습 같은 곳은 늘 바다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널널한 수준 이상으로 많고 수색대대도 마찬가지인데 포병대대는 병과나 특기 훈련에서도 바다에 갈 일이 적기 때문에 부대 내에 구명조끼를 비치해놓을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같은 보병대대인 유격이나 공정도 구명조끼를 상륙기습대에서 빌려다 쓴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0시 47분께 경북 예천스타디움에서 수색 중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해병 장병을 태운 헬기가 전우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 해병대원 실종 소식을 들었을 때 수색대원이 실종된 걸로 생각한 A씨는 사진 상 수색대 복장이 아닌 걸 확인하고 상륙기습 대대 같은 보병대대로 추정했다. 이어 포병대대라는 기사를 보고 “머리가 멍해졌다”고 했다.

A씨는 “당장 보병대대 내에서도 유격이나 공정은 물에서 보내는 시간 별로 없어 힘들텐데 보병대대도 아니고 포병대대를 보냈다? 그런데 계급이 일병이라네. 여기에서 나는 한숨 또 푹 쉬었다”고 했다.

이어 “일병 계급이면 아직 전투수영 시즌도 안 보낸 짬”이라며 “전투수영도 아직 안 끝낸 애를 급류에서 수색 작업 시켰다? 전투수영 다 마쳤어도 저런 급류면 힘들텐데 몇달간 물에서 지내는 수색대 애들도 힘들 판인데 참”이라고 의아해 했다.

A씨는 “수영 특기랑 거리가 먼 포병대대를 왜 구명조끼도 안 빌리고 배치했는 지, 그것도 전투수영 시즌도 안 겪어본 일병을 왜 배치했는 지” 등 의문을 제기하며 “책임자 색출해서 조사하고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 지 따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명의 비극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배드림 갈무리]

한편 지난 19일 오후 11시 8분께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 급류에 휩쓸린 고(故) 채수근 일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14시간 만이었다.

앞서 실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채 일병 부친은 중대장에게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는 입혔냐,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왔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힙혔냐”며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 왜 구명조끼를, 물살이 얼마나 센데, 이거 살인 아닌가, 살인”이라고 따졌다.

최초 신고자인 지역 주민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 없이 장화를 신고 일렬로 내성천에 몸을 담갔다.

채 일병은 부모가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외동 아들이며, 해병대에 자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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