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다른 ‘러브버그’…올해는 은평·고양서 서울 전역에 출몰

2023-06-25 10:00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 일대에 등장한 ‘동양하루살이’에 이어 이번달에는 ‘러브버그’가 출몰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러브버그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등 북한산 주변에서만 나타났지만 올해는 종로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25일 오전 편의점 등에는 ‘문을 닫아주세요. 러브버그가 가게로 들어옵니다’라는 안내문구가 쓰여질 정도로 많은 러브버그가 나타났다. 새벽시간에는 가게 앞에 많은 러브버그가 죽어 있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주로 중국 남부 지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 서식하는데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 불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러브버그에 상인들은 물론 시민들도 불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스정류장에서는 러브버그 한 쌍이 날아와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과 인도를 걷다가 갑자기 손을 휘휘 내젓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대거 출몰한 러브버그에 방충 민원이 폭주하면서 구청도 바빠졌다.

은평구청의 한 공무원은 “러브버그를 방충해달라는 민원 전화가 매일 빗발치고 있다”며 “주택가와 야산 지역을 중심으로 특별 방충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민원에 영등포구·성동구 등 일부 지자체는 러브버그의 생태 습성과 방법 등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벌레의 습격’에 방충용품을 사는 사람도 늘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양말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러브버그가 너무 많아 자비로 살충등을 샀다. 아침마다 벌레 사체를 치우는 게 일”이라며 “구청 소독차가 시장 골목 구석구석을 소독해주지는 못해 매장에서 벌레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 은평구와 북한산을 중심으로 대거 나타난 러브버그가 주변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간 것으로 본다.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경기 고양시 인근에서 많이 발생한 러브버그가 일부는 날아서, 일부는 차량 또는 지하철에 붙어 ‘히치하이킹’ 해 멀리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최근 러브버그가 서울 관악구와 경기 부천·과천시, 인천 등에서 목격되는 등 점차 남하하는 경향”이라며 “서울시 민원 접수 현황 등을 모니터링해 러브버그 출몰 지역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브버그는 생존력이 뛰어나 도심에서도 쉽게 번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러브버그는 사실 어느 정도의 낙엽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의 작은 공원이나 하다못해 가로수만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2021년 은평구 방충 과정에서 사마귀 등 천적 개체수가 줄어 러브버그 애벌레가 대규모로 성충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러브버그 암컷 한 마리는 보통 300∼500개의 알을 낳는다.

동양하루살이 모습 [남양주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러브버그가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는 익충(益蟲)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 연구관은 “주로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 사는 러브버그 애벌레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도 화분(꽃가루받이)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입장에서는 해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무차별적 방충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방위적 방충보다는 생활공간 주변에 한정해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신 교수는 “자외선을 좋아하는 러브버그의 특성을 고려해 도심 지역에 자외선을 차단한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가정에서는 러브버그가 꼬이는 창문틀 등에 끈끈이를 설치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박 연구관도 “천적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러브버그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접근을 권장하고 있다”며 “가정에서는 모기 살충제로 충분히 방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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