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핵무장, 경제적 희생 따를 것…한미동맹 균열 불가피”

2023-01-31 13:16

[연합]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북한의 핵 위협을 내세워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경우 큰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안보 상황도 오히려 위태로워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국 핵무기 개발의 산실인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장을 지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개최한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세미나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핵무기를 금방 만들 수는 있겠지만 핵무장은 큰 비용이 드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커 박사는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실제 방문해 둘러본 몇 안 되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핵무장이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일”이라면서 핵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무기급 핵연료, 핵실험을 통한 검증, 핵무기를 발사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과학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한국의 어느 지역이 자기 땅에서 지하핵실험을 하라고 자원할지 궁금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해커 박사는 핵무장은 곧 경제적 희생이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 과연 누가 한국의 원전을 사겠는가”라며 핵무기 개발로 우수한 한국의 원전산업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NPT 탈퇴로 핵확산을 막으려는 미국과의 관계도 악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해커 박사는 최근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기로 결정하면 미국은 거의 확실하게 한국과 군사동맹과 경제협력을 중단할 것”이라며 “한국의 놀라운 경제 기적을 쓸어버리고 한국이 전 세계에 구축한 소프트파워를 파괴하는 쓰나미를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무장이 안보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해커 박사는 한국마저 핵무장을 할 경우, 북한과 작은 충돌도 핵전쟁으로 확산할 위험이 커지면서 안보 상황이 더 악화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도 한국의 핵무장이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가 효과적인 이유는 북한과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핵무기에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핵 무장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갈루치 전 특사는 “한국이 미국의 첨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B-52와 B-21 전략폭격기, 수천 개의 전략핵무기에 의지하는 게 낫다”고 제언했다. 또한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위험한 곳에 두고 한국을 표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prin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