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이 열광한다는 '이것'… 한국까지 '싹쓸이' 보따리상

2022-12-29 14:38

팍스로비드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공급량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중국 부유층이 이 약을 싹쓸이하면서 일반인들은 구경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의약품 대란은 주변국으로 번져 한국 감기약까지 600만원어치를 한꺼번에 사가는 일이 벌어졌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엘리트·부유층이 사업 관계자들의 비위를 맞추거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용으로 팍스로이드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팍스로비드는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유일한 외국산 코로나19 의약품으로 국유 제약사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이 유통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2만1200상자 분량의 팍스로비드를 주문해 인도받았지만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2억5000만명의 인구가 감염됐다.

FT는 "팍스로비드는 중국의 '관시'(關係·관계) 사회에서 인기 있는 선물이 됐다"며 한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팍스로비드가 마오타이(茅台)주보다 더 탐내는 선물이 됐다"고 전했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최고의 명주로 꼽혀 사업용 선물로 인기가 높은 술이다.

품귀 현상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부 사립병원에서는 한 상자(5일분)당 8300위안(약 152만원)에 팔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5일분에 530달러(약 67만원)로 가격을 합의한 것의 배 이상이다. 높은 가격에도 베이징의 한 사립병원에서는 팍스로비드 300상자가 24시간 안에 동이 났다.

FT는 주로 부유층들이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의 한 병원 관계자는 "약품의 상당수가 건강한 사람들에게 처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제약사의 코로나 치료제 '아쯔푸' 등을 지원하기 위해 팍스로비드를 추가 구매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주변국으로 번진 대란… 한국선 감기약 600만원 싹쓸이
29일 김포공항 국제선 모습. 정부는 코로나19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중국 입국자의 비중이 급증해 추가적인 방역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연합]

치료제 대란에 중국인들은 암시장에서 인도산 복제약을 구입하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은 웨이보에 '인도산 코로나19 복제약 한 상자에 1000위안(약 18만 원) 판매' 같은 글이 퍼져나가고 있다. 인도산 복제약은 팍스로비도 정가보다 훨씬 저렴한 530∼1600위안(약 9만∼29만 원)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의약품 부족 사태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으로 여파가 미치고 있다. 중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을 위해 약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각국의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이 동나고 있기 때문이다. SCMP에 따르면 중국에서 온 고객들이 감기약을 싹쓸이하면서 일본 도쿄 약국들이 구매 제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주 하남시 망월동의 약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여행용 캐리어를 가져와 약국 내 해열제와 감기약 등 의약품을 600만원어치나 싹쓸이해갔다. 비슷한 시기 망월동의 또 다른 약국에서도 중국인이 한글로 적힌 여러 감기약 명칭을 보여주며 30만원어치를 사가기도 했다. 이같은 대량구매는 중국에서 몇 배의 차익을 남겨 되파는 보따리상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27일 전국 시도지부에 약국에서 개별 구매자에게 과량 구매를 자제해달라고 안내하고 적정량만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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