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위로 받으려는 거 아니다" 박순애, 학부모 뿌리친 손길에 '머쓱'

2022-08-03 11:43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학부모가 발언 중 눈물을 흘리자 달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정책 관련 긴급간담회에서 학부모 단체 대표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넸다가 거부당해 머쓱해진 장면이 포착됐다.

박 부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는 지난달 29일 초등 입학연령을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만 5세로 한살 낮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뒤 교육계와 정치권, 학부모들 사이에서 전방위적으로 반발이 확산하자 진화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총리는 "선진국 수준의 우리 초등학교를 활용해서 아이들에게 교육과 돌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안전한 성장을 도모하고 부모 부담을 경감시켜 보자는 것이 목표"라며 "(학제개편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오른쪽)과 한 학부모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

하지만 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은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마며 초등학교 만 5세 입학안을 집중 질타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공론화는 찬반이 비등할 때 필요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모두 황당해 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하는 이 사안에 대해 왜 굳이 공론화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공동대표는 이 과정에서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도 불행하다며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산적해 있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면서”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박 부총리가 손을 잡으며 위로하려 하자, 정 공동대표는 "장관님, 제가 위로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손길을 뿌리쳤다.

정 공동대표는 이날 만5세 입학정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박 부총리에게 “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정책 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부총리는 "아무리 해도 학부모 우려를 가라앉힐 수 없다면 정부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가 없다면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 종료 후 한 학부모단체 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

한편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학부모단체 관계자들도 우려를 쏟아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이 발표 하나에 당장 사교육계가 (사교육) 선전을 하는데 어떻게 감히 공교육(강화)을 입에 담느냐"며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맞다. (박 부총리에 대한) 사퇴 운동까지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성남 참교육을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학폭·왕따 문제 등 학교 현장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데 학제개편 문제를 얹으면 학교가 폭발할 것"이라며 "(학제개편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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