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최고가 오피스', 외국인 세금 사각지대 논란

2020-08-11 09:50

서울 강남 더피나클타워 전경. [네이버 지도 갈무리]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서울 강남 오피스빌딩 중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쓸 것으로 기대되는 '더피나클강남'의 매각을 둘러싸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세금 우회 꼼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새로 설정한 펀드로 자산을 인수하는 대신 같은 펀드 내에서 수익증권만 이전하는 방식을 써서 수백억원의 취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강남아파트 통매입'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던 이지스자산운용의 펀드가 활용돼 파장이 예상된다.

11일 부동산 금융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역 사거리에 자리한 더피나클강남의 매각을 주관하는 세빌스코리아는 최근 싱가포르계 부동산투자사 메이플트리(Mapletre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메이플트리는 운용자산이 605억달러(약 72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큰손'이다.

현재 더피나클강남의 보유자 역시 외국인 투자자다. 지난 2017년, 홍콩계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은 이지스운용의 펀드를 통해 해당 건물을 사들였다. 당시 인수가액은 약 3100억원으로, 3.3㎡당 2300만원이었다. 이번 인수전에서 메이플트리가 써낸 가격은 평당 3400만원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지난 상반기 국내에서 단위면적당 최고 가격을 경신했던 현대해상 강남사옥(3380만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정작 업계의 관심은 세금 이슈에 쏠린다. 이번 거래는 새로 설정되거나 설립된 부동산펀드 혹은 리츠에 자산을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해당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의 수익증권만 이전하는 셰어딜(share deal)이다. 자산 보유 주체는 매각 이후에도 이지스운용의 펀드이며, 여기에 출자한 실제 수익권자만 바뀌는 구조다. 이 경우 4.6%의 취득세가 면제된다. 약 211억원 규모다.

부동산 거래에 자문하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익증권 인수 자체는 해당 부동산을 직접 지배한다기보다는 상품에 투자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똑같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비과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리츠 등 간접 투자기구의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에도, 그 부동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되는 상황에 한해서 통상보다 낮은 2.2%의 취득세만 부과된다.

하지만 이번 더피나클강남 거래는 수익증권의 100%를 이전하는, 즉 실질적인 소유권이 넘어가는 거래로, 단순히 상품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간접 투자법인이더라도 지배적 주주권을 넘겨받는 거래에 대해서는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취득세를 부과하는 지방세법의 취지를 감안하면, 이번 더피나클강남 거래 역시 최소한 2.2%만큼은 과세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론스타로부터 인수한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현재 강남파이낸스센터)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당시 GIC는 간주취득세 요건(51% 이상 지분 보유)을 피하기 위해 두 개의 자회사를 세워 각각 50.01%, 49.99%씩 취득했는데, 여기에 취득세를 부과한 강남구청과 8년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GIC 측은 "세금이 부과된 모(母)법인은 실제 스타타워 주식을 1주도 소유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대법원은 "실질 소득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며 강남구청 손을 들어줬다.

수익증권 양수도를 통한 세금 우회가 법적 취지에 어긋난 채로 번번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은 금융감독원도 수년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규제 정비 움직임은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동안 JP모간, 모건스탠리, 블랙스톤 등 주로 외국계 투자자들이 수백억원대 절세 혜택을 받았다.

부동산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PAG는 2017년에 더피나클강남 인수를 수익증권 셰어딜로 진행하면서 취득세를 피했다"며 "사모 부동산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분위기인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로 넘겨왔던 폭탄이 국내 투자자들이 인수했을 때 터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human@heraldcorp.com

prin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