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도시재생] 한강대교 건립 100주년, 다시 시민 곁으로 온 노들섬

2017-09-28 09:12

- 1930~60년대 데이트명소, 수영장ㆍ스케이트장으로 인기
- 2019년 3월 복합문화기지,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재탄생
- 다음달 14일 ‘한강대교 100주년 노들섬 페스티벌’ 개최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제시대인 1917년 한강에 첫 보행교 한강대교가 놓인다. 여름 밤 화려한 조명 장식이 달리는 등 한강의 명물로 손꼽혔다. 축조 당시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모래밭 위에 3300㎡에 규모의 석축을 조성하고 이를 ‘중지도’로 명명했는데, 이것이 현재의 ‘노들섬’이다. 1936년 소공원이 생기고, 전차가 연결되면서 가난한 연인들은 데이트를 위해 섬을 찾았다. 주변 모래밭은 여름마다 한강수영장이란 이름으로 애용됐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다리가 폭파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1967년 한강개발3개년 계획 이전까지 여름에는 뱃놀이와 물놀이 장소로,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되는 서울 시민들의 놀이 장소였다. 매해 국군의 날에 섬 주변에서 에어쇼가 열렸고, 지방 관광객들까지 더해져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노들섬 문화복합기지의 조감도. [제공=서울시]

그 뒤 1973년 시공사인 진흥기업으로 소유권 이전, 유료공원 추진과 백지화 등을 거치면서 노들섬은 일부 시민들을 위한 테니스장으로 변질됐다. 그 해 섬의 면적은 15만㎡로 늘었다. 그 뒤 정권과 시류에 따라 ‘중지도관광타운’ ‘오페라하우스’ ‘노들문화컴플렉스’ ‘한강예술섬’ 등 숱한 개발계획이 보류, 무산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노들섬은 시민들에게서 점차 멀어지고 그저 한강에 표류하는 섬 정도로 남았다.
노들섬 문화복합기지 내 노들광장과 스탠드의 이미지. [제공=서울시]

1917년 건립 당시 한강대교의 모습. [제공=서울시]

이런 노들섬이 내후년에 시민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2015년 ‘노들섬꿈’이란 이름으로 섬 운영구상을 시민공모로 선정한 서울시는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문화기지’ 조성으로 방향을 잡고, 설계공모까지 마쳤다.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은 다음달 착공, 내년 12월 준공을 거쳐 2019년 3월 본격 개장한다. 46년 만에 가족ㆍ연인ㆍ친구끼리 섬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문화를 즐길수 있는 시만 향유공간으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556억원을 들여 전체 12만㎡ 면적에 이르는 섬에 490석 규모의 대중음악 공연장과 다목적시설, 상업시설(노들장터), 업무시설(문화집합소)을 조성한다. 공연장에선 K-팝 등 대중음악 공연이 열리고, 다목적시설에선 패션쇼, 전시, 소규모 공연이 상시 펼쳐진다. 문화집합소에는 음악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아티스트들의 꿈이 영근다. 노들마당과 옥상데크에서 시민들은 한강변의 사철 경관을 바라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노들섬 재생에는 무엇 보다 역사성, 생태 존중에 무게가 실렸다. 시는 노들섬 특화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던 중 노들섬 서쪽(옛 노들텃밭)에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서식하는 것을 발견하고 환경ㆍ시민단체 등과 함께 동측 노들숲에 맹꽁이를 위한 서식지와 산란지를 조성했다. 지난 6~7월에는 맹꽁이를 새 보금자리로 이주시키면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맹꽁이 축제’도 열었다.
1930년대 한강대교 주변 모래밭은 ‘한강수영장’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공=서울시]

뱃놀이, 물놀이, 스케이트장 등 시민들의 놀이터였던 노들섬. [제공=서울시]

시는 또 한강대교 건축 10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14일 ‘한강대교 100주년 노들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시민과 함께 한 100년, 시민과 함께 할 100년’이란 슬로건을 걸고, 서울시장과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강대교 북단과 노들섬 섬측 상단부에서 공연과 전시 등 축제의 장을 펼친다.

이 날 오후1시부터 약 15분 가량 한국전 당시 한강대교 폭파로 인해 희생된 피해자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다. 추모시 낭송, 한강인도교 폭파현장 기념비앞에 국화꽃 헌화가 진행된다. 이어 한강대교 폭파 피해 유가족과 택시 운전사, 버스기사, 학생 등과 함께 한강대교 다리 밟기가 진행된다. 한강대교의 지난 100년을 반추하며, 노인세대는 옛 추억을, 젊은세대는 그 시절의 모습을 그려보는 역사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최고를 지향해 계획 된 ‘오페라하우스’의 이미지 모습. 예산 과다 논란과 외국 설계자의 설계비 과도 요구에 따른 계약 파기로 무산됐다. [제공=서울시]

한강대교와 노들섬을 새롭게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도 전시한다. 앞서 시는 지난 8월에 관련한 시민공모전을 열어 시민 응모작을 받았다. 전문가 심사와 온라인투표를 거쳐 10월2일에 모두 23개의 선정작을 추리고, 노들섬 페스티벌에 맞춰 시상식도 개최할 예정이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한강대교 건립은 100년전 한강을 처음으로 건널 수 있던 기념비적 사건이었다”며 “새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노들섬의 앞으로 100년은 서울을 대표하는 시민의 휴식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prin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