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엽전 한냥’의 변신 통인시장

2016-01-27 13:03

오랜 전통의 재래시장 통인시장. 경복궁과 청와대를 품고 있는 서울 600년 역사 속 서민들의 시장이다. 이 곳이 전통에다 문화ㆍ예술을 함께하는 시장으로 변했다. 추억의 볼거리가 눈을 호강시키고, 도시락 카페는 미각 노마드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통인시장의 역사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복궁 옆 종로구 효자동에 설립된 공설시장이던 이 곳은 한국전쟁 후 서촌 지역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자 노점과 상점이 형성됐다. 현재 300m 골목에 75개의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채소와 과일, 고깃집, 생선가게…. 반찬가게, 식당 그리고 신발, 속옷, 수선집이 주인공이다.

“요건 엽전 한 냥, 이건 엽전 두 냥.” 귀를 의심했다. 시장 전체 음식을 뷔페처럼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 엽전인 것이다. 5년 전 상인들과 서울시가 기획한 작품이다.

빨강, 초록 끈에 10개씩 묶인 엽전을 오천원에 바꾸고, 음식 담을 도시락 통을 들고 통인시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동그랑땡, 나물, 순대볶음, 빈대떡, 계란말이, 떡갈비, 어묵, 묵은지, 정육점, 신발가게, 없는 게 없다. 엽전 1개가 500원이니 쫀득이와 떡꼬치는 1냥이고, 명물 기름떡볶기는 2냥이다.

도시락 카페에서 만난 통인커뮤니티 심계순 부장은 “2012년 여름 총 9만개를 발행해 지금 1만5000개 정도 유통된다”고 했다. 쓰다 남은 엽전은 추억으로 간직해도 상관없다.

어묵집 수증기. 겨울 통인시장은 추위를 녹일 따끈한 국물과 우리의 구수한 정을 느낀다.
 
통인 달고나. 쫀디기, 달고나~ 지난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참 정겨운 시장이다.
통인 신발가게. 가지런히 신발을 진열한 우리신발상회.
통인시장 대표먹거리. 우리가 즐겨먹는 간식거리를 엽전으로 구입해 도시락에 담고 있다.
통인시장 쌀가게. 형형색색 잡곡 색이 이채롭다.
통인시장 엽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 통인시장이 ‘엽전’ 이란 작은 아이디어로 유명세를 불러와 성공의 기대감이 생겼다.
통인시장 엽전. 재래시장과 아이디어가 조화 이룬 통인시장이 엽전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다.

시장의 또다른 매력은 재미를 가득 담은 간판 ‘쫀드기’, ‘달고나’. 지난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참 정겨운 시장이다. 물건을 구입하는 마을사람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과 일반인, 체험학습을 하러 오는 학생이 많이 찾아와 시장에 활기가 생겼다.

정신 없이 시장을 돌다 고개를 돌리면 196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한옥집이 보인다. 서울의 중심인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북촌과 서촌으로 나뉘는데, 북촌은 고급스런 한옥들이 많이 있고 통인시장이 있는 서촌은 서민정취가 풍긴다.

거대한 자본의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슈퍼마켓), 각종 편의점이 등장한 이래 우리의 전통시장은 문 닫을 정도로 힘들다. 작은 구멍가게조차 체인점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영세한 시장상인에게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환경개선이 먼저라면서 ‘경쟁력을 갖추고 상품가치를 높여야 살수 있다’고 떠든다. 통인시장도 변신하려 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때 ‘엽전’이란 작은 아이디어가 성공예감을 불러왔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옛 것은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오래된 전통이 현대문명에 밀려 사라져야 한다는 것에 쓸쓸함을 느낄 때쯤, 아이들과 함께 재래시장을 찾아 느긋하게 걸어 보는 건 어떨지.

글ㆍ사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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