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이 빚어낸 예술…너, 찬란하구나

2014-11-07 11:29

한때 부의 상징 처럼 여겨졌던 자개장, 빌게이츠도 반해 주문하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때 쓰인 성배, 성좌를 제작한 나전칠기. 

나전기법은 중국의 상나라(BC 16C~BC 11C)에서 시작되어, 당나라(618~907) 시절 크게 성행한 기법으로 우리나라에는 신라(BC 57~AD 935)시대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나전 기법보다는 칠기 기법이 발전하였고 신라는 나전 기법이 나날이 발전하여,한국만의 독특한 나전칠기 문화를 꽃피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 미사를 집전한 지난 8월18일 교황이 앉은 커다란 옻칠 자개 의자가 많은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영준 씨(55)가 경기 연천‘ 화요일아침예술학교’ 교장인 홍문택 신부의 부탁으로 6개월 동안 수십 번의 수정과 보완을 통해 완성시킨 작품으로 근면한 교황의 성품을 반영해 제작한 이 의자는 한국의 전통 나전칠기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새로운 옻칠문화를 보여준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른 사례로 2008년 빌 게이츠가 VIP 선물용으로 나전칠기 ‘엑스박스’ 100개를 주문해 세계 명사들에게 선물한 게 우리나라 나전칠기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빌게이츠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나전칠기‘ 엑스박스’에 대해서는“ 왜 우리나라의 전통 나전칠기를 우리가 주는 것이 아닌 받는 선물이 되었을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김씨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화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동서증권에 입사하며 꿈을 잠시 접어뒀던 그는 1994년 용기를 내 사표를 썼다. 그는 퇴직금 중 500만원을 들고 디자인을 배우러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갔다. 이유는 분명했다. 시들고 있던 나전칠기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한때 증권맨(옛동서증권)이었던 김씨는 지난 20년간 나전칠기 공예분야에 매진하면서 나전공예품을 생산하는 국보칠기와 국보옻칠연구소를 운영하며 칠기 문화의 현대화에 앞장서고 있다.

빠른 산업화로 인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를 못한 부분은 분명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있지만 우리가 우리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다른 나라에서만 인정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어려움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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