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소 잃고 외양간 방치하는 한국’…20년 주기(?) 한국의 대형여객선 사고, 모두 ‘이것’ 있었다

2014-05-07 08:29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창경호, 남영호, 서해훼리호, 그리고 세월호까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일어난 200명 이상 사망한 대형 여객선 참사는 약 20년을 주기로 되풀이되며, 그때마다 나타난 사고 원인과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여객선 참사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중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대형 여객선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할 수 있어 주목된다.

7일 헤럴드경제가 국내 대형 여객선 사고를 조사해본 결과 200명이상 사망한 대형 사고마다 모두 ‘과적’과 ‘구명정 부족ㆍ불량’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여객선 사고 중 가장 먼저 일어났던 사고는 1953년 창경호 침몰사고다. 승선인원 236명 중 선장과 선원 3명 중학생 2명 군인 1명을 제외하고 229명 모두가 익사한 사고였던 창경호는 당시 쌀 200가마를 따로 싣고 가는 등 과적상태였으며, 구명보트 한 척 및 구명복 70벌을 모두 본사 창고에 두고 맨몸으로 다녔던 것으로 국회 특별조사단에 조사됐다. 창경호는 이밖에도 선령이 20년 이상 된 화물용 범선을 여객선으로 개조해 운항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 남영호 침몰사고는 326명이 사망, 지금까지 일어난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한 사고였다. 사고 당시 남영호는 여객승선 정원 302명보다 36명 많은 338명을 태우고 운항하고 있었으며 적재 화물량도 정량인 130톤의 2배에 가까운 229톤으로 과적상태였다. 승객 중 64명은 승객 명부에도 기록되지 않는 등 운항관리에 미비점이 지적됐다. 남영호에는 구명정ㆍ구명의 등이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아 승객 중 일부는 귤박스에 매달려 있다가 생존했다. 결국 사고 이후인 1973년 여객선 운항관리제도가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적과 구명장비 부족은 또 한번 반복됐다. 1993년 292명의 인명을 앗아간 서해훼리호에는 배에는 탑승 정원(221명)을 141명이나 초과한 362명이 승선해 있었으며, 4척이던 구명정 중 실제로 작동한 것은 한척 뿐이었다. 남영호 사고때처럼 이때도 아이스박스에 매달려 생존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서해훼리호의 경우 출항하면 안되는 날씨에 출항을 감행했으며 항해사가 휴가 중이라는 이유로 갑판장이 항해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등 총체적인 부실이 지적됐다. 서해훼리호 침몰 이후 정부는 운항관리자를 90명 수준까지 늘려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고는 2014년에도 되풀이 됐다. 3번이나 과적으로 배가 침몰했지만 세월호 역시 기준(987t)보다 3배 많은 화물 3608t(자동차 108대 포함)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에는 구명정이 46개 있었지만 침몰한지 20여일이 지나도록 4개만 떠오르는 등 대부분이 부실 구명정으로 의심받고 있다.

세월호는 선령은 21년이나 된 배였으며 안개로 다른 선박들이 출항하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서 출항을 감행하기도 했다. 여러번 되풀이된 사고에서 탑승객 수 보고를 강화했지만 탑승객 역시 정확히 몇명 탔는지는 아직까지도 최종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가 한때 91명까지 늘렸던 운항관리자는 현재 74명(2012년 기준)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뒷말을 낳고 있다.

결국 모든 여객선 사고에는 ‘과적’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구명정이 부족하거나 불량했던 것이 사망자가대거 나온 이유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0여년을 주기로 같은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남영호, 서해훼리호 사건을 계기로 운항관리제도를 도입하거나 관리자를 늘리는 등 운항관리를 강화한다고 나섰지만 처음에만 반짝 관리가 강화됐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여객선사들의 경영난 등을 핑계로 안전 기준을 낮춰주거나 관리를 느슨하게 해줬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땜질수리’했다가 그나마 돈이 없다는 핑계로 방치하고는 20여년을 주기로 또 소를 잃고 있는 셈이다.

madpen@heraldcorp.com



▶대형 여객선사고 원인 및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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