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경쟁사회, 돈벌이 수단된 ‘힐링‘

2013-08-10 11:25

최석호 
레저경영연구소장

우리 사회에 부는 ‘힐링’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유행이라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야 하는데 ‘힐링’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힐링을 찾게 된 것은 세계화,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질서는 양극화와 중산층의 약화를 동반한다. 조기 퇴직, 청년 실업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힐링’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해놓고 비정규직과 시간제 노동자만 늘리는 것은 일시적 해결책일 뿐이다.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된 힐링 책임을 개인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상을 방치해놓고 개인적인 해결 방법으로 힐링될 수 없다.

오히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힐링을 요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암적 존재다. 이건 힐링을 악용한 돈벌이 상품이다, 지금 청춘이 뭐가 아프냐? 정치ㆍ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신’을 마다하지 않으며 청춘들이 목숨을 걸었던 1980년대가 더 아팠다. 사회구조적으로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웃도어 활동, 명상, 여행으로 힐링하라는 건 효과가 작고 일시적인 처방전이다. 우리 사회의 힐링 열풍 뒤에는 이처럼 답답한 모습들이 숨어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하이에크로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 질서의 자본주의는 자유자본주의, 복지자본주의를 거쳐 도래했다. 신자유주의는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되고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많은 사람이 불행에 빠지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제 신자본주의 대안으로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Capitalism with Human Face)’, 따듯한 자본주의로 전환하면서 ‘힐링’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힐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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