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142곳 이자도 못내…‘스페인 위기’남 일 아니다

2013-02-27 11:06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진원지 중 한 곳인 스페인의 위기는 지방정부의 재정파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는 지방공기업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지방공기업의 현황과 과제-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공기업의 부채가 한국경제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빚’으로 부지불식간에 국가재정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제라도 지방공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스페인과 같은 지경에 이르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지방공기업 누적 순손실 3조원 육박=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공기업의 부실이 심화되면서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의 재정건정성 악화마저 우려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방재정자립도는 2004년 57.2%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1년에는 51.9%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지방공기업의 지자체 예산 대비 채무는 2003년 27%에서 2011년 48%로 급등했다. 산하 지방공기업의 부실에 따라 지자체가 빚을 더 많이 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방공기업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연구원이 분석한 379개 지방공기업들의 누적 순손실 금액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2조8500억원에 달한다. 자연히 재무건전성도 취약해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지방공기업은 2011년말 현재 69개에 이른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공기업 수는 2007년 118개에서 2011년 142개로 급증했다. 전체 지방공기업에서 38%에 달하는 기업들이 사업을 해도 이익을 내기는 커녕 빚만 불려간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2003년~2011년 지방공기업의 연평균 부채증가율은 16%로 지자체(7%), 가계(9%), 민간기업(7%)은 물론 중앙정부(14%)보다도 가파르다. 지방공기업 중 지자체 직영기업을 제외한 지방공사ㆍ공단의 연평균 부채증가율은 22%에 달한다. 이는 국가공기업(17%)보다도 높다.

▶도시개발공사ㆍ지역개발기금 빚더미=지방공기업 부채의 대부분은 도시개발공사와 지역개발기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부채는 약 53조원으로 지방공기업 총부채의 78%를 차지한다. 도시개발공사와 지역개발기금의 부채비율은 각각 287%와 623%에 이른다. 이는 지방공기업 평균(75%)을 크게 웃돈다. 지역개발기금 16곳 모두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고, 이 중 14곳은 300%를 초과했다. 도시개발공사도 6곳의 부채비율이 300% 이상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체 지방공기업 379개 중 81곳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지역개발기금은 100%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하철공사 및 하수도 관련 사업의 경우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는 결손의 대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2003년 이후 지하철공사의 손실 누적액은 약 7조원에 달하며 하수도 공기업도 3조원에 이르며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지방공기업 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들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방공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사진은 한 지하철 차량기지에서 전동차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      [헤럴경제DB]

지역별로는 인천시의 자체 수입 대비 지방공기업 부채비중이 193%로 가장 높았다. 인천은 연평균 부채증가율도 26%로, 제일 빨랐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지자체 내 지방공기업의 비중은 울산(57%)이 가장 높았고 부산(56%), 서울(55%) 순이었다.

연구원은 “지방 채무뿐 아니라 지자체의 숨겨진 채무나 지방공기업 부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지방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사업 부문별로 정확한 부실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성격과 자금조달 방식에 따라 차별화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남현 기자/airinsa@heraldcorp.com
print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