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꼬마야’ 5분만에 완성…故김광석 ‘슬픈노래’도 만들어

2012-09-21 10:01

‘꼬마야 꽃신 신고 강가에나 나가 보렴/오늘밤엔 민들레 달빛 춤출 텐데/너는 들리니 바람에 묻어오는/고향빛 노래소리 그건 아마도/불빛처럼 이쁜 마음일 꺼야’

산울림 밴드가 부른 ‘꼬마야’의 4구체 시 같은 노랫말을 듣고 있으면 들판을 뛰노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며 마음은 따스해진다.

이 노랫말을 지은 이가 바로 이장수 로고스필름 대표(감독)다. 이 감독이 1987년 MBC에서 회사 선배이던 이관희 PD(현 이관희프로덕션 대표) 밑에서 베스트셀러극장 드라마 ‘강’의 조연출로 일하면서, 필요에 의해 즉흥적으로 쓴 노랫말이다.

드라마 O.S.T란 개념도 없던 그 때, 이 감독은 ‘강’에 쓸 곡을 받기 위해 ‘산울림’의 김창완을 찾았다. 거의 1박2일을 조르고 매달렸다. 김창완의 앞에서 곡을 받기 위해 5분 만에 쓴 가사다.

‘꼬마야’는 쉬운 멜로디와 간결한 노랫말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명절이나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에서 온 출연자들 뿐 아니라 시청자까지 따라 부르는 명곡이 됐고, 이 감독은 1988년 한국노랫말대상 시상식서 아름다운 노랫말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감독은 그 뒤 김창완과 막역한 사이가 돼 1991년 SBS에서 시트콤 형식의 드라마 ‘사랑의 풍차’를 연출할 땐 김창완을 극 중 20년 경력의 싱어송라이터 역할로 캐스팅했다. 그게 김창완 연기 경력 중 첫 고정 출연작이다.

1995년 김창완의 ‘Postscript’ 음반에 네 번째로 실린 ‘어머니가 참 좋다’란 노래도 이장수 작사다. ‘장에 가신 어머니를 찾다 길을 잃었지/파출소에 혼자 앉아 울다 어머니를 보았지/나를 찾은 어머니는 나를 때리면서/ “어디 갔었니 이 자슥아 속 좀 엔간히 태워라”/나는 참 좋다/때리는 어머니가 참 좋다/어머니의 눈물이 참 좋다/어머니가 너무나 좋다’

비속어와 상황이 전해주는 코믹함에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어우러져 무척 정겹다. 이 노랫말은 고려대 한국교원대 1종 도서 편찬위원회가 2001년에 펴낸 중학교 1학년 1학기용 생활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감독과 김창완과의 인연은 1990년 책 ‘스무 살까지만 살고 싶어요’의 공동집필로도 이어졌다. 김창완이 DJ로 활동하던 CBS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꿈처럼 음악처럼’에 소개된, 골수암에 걸린 18세 민초희 양의 애절한 편지 사연을 엮은 이 책은 수많은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린 베스트셀러로 그 뒤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음유시인 고(故) 김광석의 추모집 1번곡 ‘슬픈노래’를 비롯해 그는 여러 서정적인 노랫말의 주인이다. 고등학교 시절 꿈인 작가의 꿈을 작사로 달랜 것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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