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드라마의 감동을 더하는 프로페셔널 ‘음악감독’

2010-04-04 18:40

드라마가 인기를 얻게 되면 스포트라이트는 주연 배우들의 몫이다. 그 다음 관심은 연출가와 작가에게로 쏠리고, 가끔은 타이틀 곡과 노래를 부른 가수도 조명을 받는다. 반면 ‘밥상을 차린’ 나머지 스태프들은 방송 후 자막에 이름 한 줄 올라가는 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안다. 드라마가 드라마다워지기 위해서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태프들의 눈물과 땀, 그리고 노력이 버무려져야 한다는 것을….

글_이충희 편집장(hamlet@heraldcorp.com) 사진_이상만 대학생기자(dipli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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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주몽’에서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오진우(50) 초코렛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그러한 스태프들 중 한 명이다. 편당 적게는 15회에서 많게는 30회 이상 배경음악이 들어가고, 배경음악이 있기에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지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시청자는 드물다. 드라마 음악만 23년 째 담당해오고 있는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드라마에서 음악 담당자의 역할은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중간중간에 배경음악을 효과적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만약 아무런 대사가 없는, 주몽이 소서노를 그리워하는 장면에 배경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잔잔히 흐르기에 장면은 더 아름다워지고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지는 것이다. 그만큼 음악은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에서 음악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본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 또 편집된 영상에 가장 적합한 음악을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하며, 상황에 꼭 들어맞는 음악이 없다면 만들어낼 능력도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좋은 드라마 음악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본은 물론 영상, 감독의 의도, 출연배우의 캐릭터, 시청자의 요구 등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름도 잘 모르는 오 대표가 PD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드라마 음악가 중 늘 첫 손에 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랜 경험에서 배어 나는 연륜과 드라마에 대한 열정, 새로움을 추구하는 실험정신, 직업에 대한 프로근성 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어떤 순간에는 감독과 타협도 하고 어떤 때는 싸우기도 합니다. 또 내가 하는 음악의 성격이나 풍이 예전에 해왔던 방식은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고 모험도 하면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해 왔는데 그런 부분이 조금이나마 인정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 나라에서 드라마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요즘은 특히 가요 작곡가들이 드라마 음악을 담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순수하게 드라마 음악만을 업으로 삼는 이들의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드라마 음악가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이다.

그러한 드라마 음악과 오 대표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었다. 탤런트이자 영화배우인 오지명 씨의 친동생이기도 한 그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왜소한 체구에 공부를 잘했다. 특히 음악과목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학교에서 선생님을 대신해 수업을 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 이른바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공부는 등한시했고 가출에다 패싸움까지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다 다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싸움을 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병문안을 온 선배의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 ‘새옹지마’란 단어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지금까지의 삶이 오히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대학교에 진학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터라 전공은 음악이 아닌 공예를 택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드라마와 인연을 맺었다. 교육방송(EBS)에서 스태프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됐고, 평소 그가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주위 분의 권유로 음악을 담당하게 된 것. 오 대표는 이전까지 클래식 음악 일색이던 배경음악을 경음악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고 좋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교육방송 최고 인기프로그램이었던 ‘명작의 고향’의 배경음악을 맡았고, 역량을 인정 받아 MBC로 스카우트됐다.

선배들 어깨너머로 조금씩 일을 배우던 그에게 어느 날 기회가 왔다. 단독으로 드라마의 배경음악을 담당하게 됐고, 조연출의 도움으로 MBC 자료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평소 자료에 목말라했던 그는 자료실에 있는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듣고 외우다시피 했다.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은 게 아니라서 참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배경음악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고, 다양하게 응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기록도 하고, 창작도 하면서 나름대로 체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드라마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버무려지면서 그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대 최고 드라마였던 ‘간난이’와 ‘사랑과 야망’ 등의 음악을 담당했다. 이후 ‘사랑이 뭐길래(92)’ ‘사랑을 그대 품 안에(93)’ ‘별은 내 가슴에(97)’ ‘토마토(99)’ ‘미스터Q(2001)’ ‘인어아가씨(2002)’ ‘명랑소녀 성공기(2002)’ ‘옥탑방 고양이(2003)’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 ‘돌아와요 순애씨(2006)’ ‘주몽(2006)’ 등 엄청난 인기를 올린 수십 편의 드라마 음악을 담당하면서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올해 우리 나이로 쉰하나인 오 대표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직접 드라마 제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망한 신인가수를 발굴해 데뷔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올 초 경기도 일산에 사무실도 열었다. “현재 하는 일만 잘 해도 되겠지만, 20여 년 동안 드라마 작업을 하면서 정말 좋은 작품을 직접 제작해 ‘이런 것이 드라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미 몇몇 대본을 검토하고 있고, 대본이 확정되면 캐스팅할 배우들도 일부 봐둔 사람이 있습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새로운 도전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해내야죠.”

젊은이들 가운데 드라마 음악을 하려는 사람은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열정과 기본자질을 갖춘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음악과 관련된 기본기를 갖춘 젊은이 가운데 드라마 음악을 해보고자 하는 친구들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본격적으로 함께 작업을 하기 전까지 배우는 단계에서는 급여도 없고 해서 힘이 들겠지만 와서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은 언제나 좋습니다. 또 제대로 배워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더 좋겠죠.”

젊은 날의 방황을 뒤로한 채 오직 한 길만 묵묵히 걸어온 그이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을 특별한 시간과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고 했다. 남들이 인정을 하든, 그렇지 않든 영원한 ‘쟁이’로 남고 싶다는 그는 인터뷰가 마무리되자마자 다시 대본 속으로 빠져들었다.

<헤럴드경제 자매지 캠퍼스헤럴드(www.camhe.co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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