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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자 불륜 의심’ 몰래 설치한 녹음어플…대법 “증거능력 없다”
상간자 소송, 위자료 청구
1·2심, 녹음파일 증거능력 인정
대법, “증거능력 없어”…결론 자체는 수긍
대법원 전경.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해 몰래 녹음어플을 설치해 녹음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동의 없이 녹음했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간자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와 그의 배우자는 2011년에 혼인해 미성년 자녀를 1명 뒀으나, 2021년에 협의이혼했다. 배우자의 외도가 발각된 결과였다. 의사인 배우자는 같은 병원에서 근무한 간호사 B씨와 불륜 관계를 가졌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불륜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증거로 녹음파일을 제출했다. A씨가 배우자의 휴대폰에 몰래 설치한 녹음어플을 통해 녹음된 파일이었다. 여기엔 배우자와 상간자 B씨의 대화 및 통화내용이 녹음됐다. 불륜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반면 B씨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제3자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고,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이 원칙은 주로 형사재판에서 쟁점이었으나 최근 민사재판, 가사재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1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성남지원 한승진 판사는 지난해 1월, “상간자 B씨가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이같이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부정행위가 있기 전까진 부부가 원만한 혼인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부정행위를 인지한 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민사소송법상 가사소송 절차에선 형사소송법에 따른 위법수집 증거의 증거능력 배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증거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수원가정법원 1가사부(부장 김태형)는 지난해 11월, 양측의 항소를 기각해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엄격히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제3자인 A씨가 배우자와 상간자 B씨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2심)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도 원심(2심) 판결의 결론 자체는 수긍하며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A씨의 배우자와 C씨가 팔짱을 끼고 다니고, 수차례 식당에서 함께 식사했으며, C씨에게 가방을 사주는 등 다른 증거에 의해 부정행위 자체는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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